[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 ‘투어 20년차’ 박상현 “대회 유치는 선수들 하기 나름”
불혹 나이 넘기고도 투어 최강 유지
동아쏘시오채리티오픈 개최 ‘산파역’
“가장 바람직한 스폰서십은 선수와 회사 간의 상호 신뢰, 그다음은 후원하는 기업이 어떤 회사이고, 어떤 제품을 제조·판매하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KPGA투어 20년 차가 된 ‘스마일맨’ 박상현(41·동아제약)이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스폰서십 ‘롱런’ 비결이다. 박상현은 현재의 후원사와 2015년에 첫 인연을 맺은 뒤 10년째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나는 회사의 간판 제품 격인 박카스의 성분을 꿰차고 있다”며 “계약금을 많이 받은 만큼 회사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대회 기간에도 아이스박스에 동아제약의 음료를 담고 다니면서 팬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박카스맨’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박상현의 그런 노력에 회사도 통 큰 결단으로 화답했다. 오는 10월 17일부터 나흘간 강원도 양양 설해원에서 열리는 동아쏘시오그룹채리티오픈(총상금 10억원)을 열기로 한 것. 2006년에 중단된 포카리에너젠오픈이 18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동아제약은 작년 10월에 작고한 강신호 명예회장의 남자 골프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1978년 오란씨오픈을 시작으로 2006년 포카리에너젠오픈까지 28년간 KPGA투어 대회를 개최, 불모지나 다름없던 남자 골프 발전에 기여했다.
박상현은 “대회를 주최하는 것은 회사지만 나도 ‘호스트’라는 마음으로 대회 성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선수의 입장에서 ‘선수를 위한, 선수를 배려하는 대회’가 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초대 챔피언’에도 욕심을 내보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느덧 투어 20년 차가 된 박상현이 단 한 순간도 놓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후배들에게 절대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현은 2004년 4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입회한 뒤 2005년 KPGA투어에 데뷔했다. 데뷔전이었던 2004년 4월 스카이힐 제주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해 최종전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총 202개 대회에 출전했다.
20년간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곤 한 시즌도 시드를 놓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통산 14승(일본투어 2승 포함)을 거두고 있다. 작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KPGA투어 역대 최초로 통산 상금 5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통산 상금은 51억6881만1796원으로 이 부문 1위다.
통산 2차례(2018년, 2023년)나 상금왕을 차지했다. 작년에는 최저타수상까지 2관왕에 올랐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투어 최강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적잖은 나이에 어린 후배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느 한순간도 골프를 놓지 않은 것으로 꼽았다. 박상현은 “돌이켜보면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까지 투어에서 오랫동안 경쟁력 있는 선수로 남아 있을 줄 몰랐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지난 시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몇 있다. 통산 20승을 달성해 투어 영구 시드를 획득하는 것과 한국오픈과 KPGA선수권 등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박상현은 2018년 한국오픈, 2008년과 2009년 KPGA선수권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박상현은 올겨울 태국 치앙라이에서 3주간 샷 점검 차원의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올해는 KPGA투어에 주력하면서 틈나는 대로 아시안투어에 출전할 계획이다.
특히 LIV골프가 후원하는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대한 우승 욕심이 크다. 그것이 LIV골프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박상현은 “LIV골프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면 LIV골프로 갈 생각이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상현이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오란씨오픈 역대 우승자인 최상호, 이강선, 조범수 등 대선배들과 강신호 명예회장과 만남을 주선한 일이다.
그는 “회장님이 작고하기 2년여 전으로 당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회장님께서 옛날 일들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해 내시며 좋아하셨다”라며 “그리고 선배님들이 ‘회장님 덕에 먹고 살고 있다’고 감사해하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바람은 앞으로 20년이 지난 뒤에도 골프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로 남아 있는 것이다.
박상현은 “개인 타이틀이나 우승에 집착해 달려가는 것보다는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오래오래 투어 활동을 하고 싶다”라며 “남자 골프에 대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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