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왔는데…부를 수도 안 부를 수도 없다, 공수처 딜레마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4·10 총선 전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이른바 ‘도피 출국’ 논란의 공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넘어왔다. 이 대사는 외교·국방·산업부가 공동 주관하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차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5일 열리는 회의 이후에도 다음달 총선일까지 추가적으로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 측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오늘 공수처에 (이 대사의)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며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 왔고,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표면적으론 공수처가 이 대사 출국 이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던 대면 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하지만 그 이면엔 수사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이 대사를 섣불리 소환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소환 조사를 미룰 수도 없는 공수처의 딜레마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날 “(이 대사의 ) 소환조서 촉구서를 접수했고, 수사팀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빨리 소환하라" 공수처 압박
이 대사와 대통령실은 출국이 총선 쟁점으로 부상하자 “빨리 소환해달라”며 공수처를 역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서둘러 소환 일자를 지정해 대면 조사를 하자는 건 데 사건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상대로 소환을 압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실제 이 대사는 지난 19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빨리 대면조사 일정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조사기일지정 촉구서까지 제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사는 ‘거리낄 게 없으니 언제든, 최대한 빨리 소환조사를 하자’는 입장인데 정작 공수처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조사를 받겠다는데 소환을 하지 않는 건 결국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소환조사’ 강요받는 공수처의 난감함
이후 공수처 측은 “추가적인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공수처가 또다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환조사를 하는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로선 또 설익은 소환조사에 나서거나, 상당기간 뒤로 미루는 선택지 사이의 딜레마를 안게 됐다. 전자는 소환조사의 실익이 없고, 후자는 6개월간 소환 통보도 않다가 출국금지만 연장하며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비판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전직 국방부 장관이자 현직 특명전권대사에 대한 조사는 빈틈없는 준비와 고도의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지만 현재 공수처는 두 달 넘게 처장·차장 지휘부의 장기 공백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 1월 19일 김진욱 전 공수처장 퇴임 이후 아직 새 처장이 임명되지 않아서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이명순(22기)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지명이 미뤄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공수처 관계자는 “이 대사 소환 여부를 포함해 모든 결정이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진다면 그 어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이 대사 출국금지 필요성 등 수사 과정의 원론적 입장 외엔 대응을 자제하는데도 비판적 반응이 이어져 내부 분위기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호구냐”“스벅보다 낫다” 캐나다 국민커피 마셔본 후기 | 중앙일보
- 정은채, ‘기안84 후배’ 김충재와 열애 “알아가는 단계” | 중앙일보
- "열나 짬뽕나" 그 개그우먼, 무속인 됐다…"반신마비 신병 앓아" | 중앙일보
- 재벌3세 홍해인 롤모델은 이부진?…'눈물의 여왕' 패션 보니 | 중앙일보
- "구준엽과 불륜" 주장한 전 남편에…서희원 "바람 피운건 너잖아" | 중앙일보
- "트럼프 당선땐 세계경제 성장" 레이건의 남자가 내민 증거 | 중앙일보
- "류준열, 북극곰 살린다더니 골프광"…환승연애 논란 그린피스 불똥 | 중앙일보
- "소속사 대표가 성폭행"…걸그룹 출신 BJ, 무고 혐의로 징역형 | 중앙일보
- "가족 오면 여행비 절반 준다" 70억 쏟는 강진군 초유의 실험 | 중앙일보
- "활어회 무료로 드세요"…'바가지 논란' 소래포구 파격안 내놨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