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 K뷰티 위세에 밀려 철수한다

김성훈 2024. 3. 2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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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을 안고 한국 시장에 도전했지만 CJ올리브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포라는 전세계 35개국에서 3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79억 유로(약 26조원)를 벌어들인 대형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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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부터 매장 운영 종료할 방침
CJ올리브영 독주 체제 굳어질 전망
서울 강남구 세포라 파르나스몰점. 세포라 제공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국내 상륙 6년 만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을 안고 한국 시장에 도전했지만 CJ올리브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헬스앤드뷰티(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독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세포라는 최근 공식 SNS 계정과 웹사이트를 통해 영업 종료 예정 사실을 알렸다. 오는 5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몰,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종료한다. 세포라 관계자는 20일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포라는 전세계 35개국에서 3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79억 유로(약 26조원)를 벌어들인 대형 브랜드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2019년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첫 매장을 연 세포라는 서울 명동·신촌·잠실·여의도, 경기 수원 갤러리아 광교점 등 수도권 주요 상권에 자리하며 세를 늘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체험 중심인 오프라인 매장 영업에 타격을 입었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주도권을 지켜온 CJ올리브영에 밀렸다. 세포라코리아의 영업손실은 2020년 124억원에서 2021년 145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176억원에 달했다.

해외 고가 화장품 판매 위주의 전략도 실패로 귀결됐다. 엔데믹 후 화장품 업계에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저렴한 가격대에 실용적인 화장품 라인업을 늘려온 다이소의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85% 급증했다.

세포라의 철수는 예견됐다는 시각도 있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2022년 11월 사업을 철수했고 롯데쇼핑 ‘롭스’도 100여개 지점을 모두 정리하고 롯데마트 내 일부 매장만 운영 중이다. 이마트가 들여온 영국 1위 H&B 브랜드 ‘부츠’도 국내 진출 5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CJ올리브영은 연간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CJ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기준 전국 점포 수만 1353개에 이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 방문 장소로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올리브영의 사업 준비, 일하는 방식은 다른 계열사도 배워야 할 모범사례”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CJ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행사독점 강요 등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과징금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7월엔 온라인 시장 경쟁자인 쿠팡이 ‘중소 뷰티업체의 입점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도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제조업체의 올리브영 종속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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