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나뉘어진 세상

2024. 3. 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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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Mind Miner

‘침착맨’을 아십니까? 혹 모르신다면 ‘이말년’은 아시는지요?

얼마 전 국내 스트리머, 유튜버 중 초대형 채널로 공인받는 ‘침착맨’에 다녀왔습니다. 유튜브 구독자가 240만에 육박하고 유튜브, 아프리카TV, 치지직에 생방송으로 동시 송출하는 위용을 가진 스트리밍 방송국에 다녀온 것입니다. 다양한 매체에 몇 번 나가본 경험은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1만 명이 넘는 분들이 채팅창으로 호응하는 라이브에 출연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사람들
보는 것 따라 믿는 것도 달라져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어도
각자 모두 소중함을 인정해야

김지윤 기자

흥미로운 것은 나가기 전, 그리고 다녀온 후 주변 분들의 반응입니다.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은 ‘침착맨’이 뭐냐는 반응이셨습니다. ‘이말년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셨지요’라고 이야기해야, 그제서야 “아, 그 특이한 웹툰 그리는 분”이라고 기억을 끄집어내셨습니다. ‘침착맨’과 ‘이말년’이 동일한 인물인지 인지하시기는커녕, 스트리머라는 새로운 업을 이해 못 하시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그에 반해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에게는 폭발적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역에 강연을 하러 갔을 때, 다음 주 이러한 채널에 나간다고 하자 업무를 도와주시던 분들의 눈에 하트가 새겨졌습니다. 그 전까지 시큰둥하던 모습에서 저에 대한 인식마저 환기되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록스타와 친분이 있어 백스테이지에 구경가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저와 사진을 찍겠다 하시는 적극성에, 친구를 잘 둔 사람이 술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지인들에게 직접 목소리를 들려주며 허세를 떠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렇듯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극명하게 차이 나는 반응을 보며 세상이 점점 더 나뉘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집단은 정말 사랑하고 즐기고 있지만, 또 다른 집단에서는 그 존재마저 모를 만큼 우리 사회는 쪼개지고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1994년 개그맨 순위라는 옛 기사를 들춰보았습니다. 이경규, 신동엽, 강호동 등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낯익은 분들의 이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4년 역시 신동엽, 이경규, 강호동은 건재하였고, 새롭게 유재석이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유재석 역시 1991년 데뷔해서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리 잡았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당시 10대, 20대, 30대, 40대의 선호도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가 많지 않던 시절 전 국민은 같은 것을 보았기에 세대 간 차이도 적었습니다. 그때 전국민적 인지도의 수혜를 입은 스타들은 지금까지도 ‘국민 MC’와 같은 수식어로 그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사이 부침을 극복할 만큼 자기관리와 노력도 있었겠지만, 더 이상 모든 세대가 아는 ‘국민 MC’의 새로운 탄생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무엇보다 시기를 잘 만나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OTT에서부터 공중파와 케이블 TV를 넘어 유튜브에 숏츠, 릴스에 이르기까지 숱한 미디어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유튜브는 5000만 개가 넘는 채널이 있다고 하며, 넷플릭스는 2023년 18000여 작품을 공급해 전체 사용자에게 1000억 시간 넘는 시청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볼거리가 찾아오면 우리는 선택을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한 개그맨의 묘사처럼 치킨 시키고 계속 볼거리를 고르며 맛보기 시청만 하다가, 정작 음식을 다 먹으면 모니터를 끄고 잠이 든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공감할 만큼 이제 볼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 온 것입니다.

어릴 적 주말 디즈니 만화에 눈이 뜨고 주말의 명화에 함께 몰두하던 분들은 이러한 풍요로움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지금도 온종일 공중파를 켜 놓고 일상의 동반자로 사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노트북에 유튜브를 켜고 출근을 준비하다 집을 나서면 다시 핸드폰으로 이어서 보는 일에 익숙할 만큼 새로운 볼거리에 탐닉하는 습관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한편, 직장에서 노동요가 되는 배경음악처럼 라이브 방송은 청자들의 근무에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가 훨씬 많은 유튜브는 댓글이 적은 반면에 시청자가 그보다 절반에 머무른 치지직의 댓글이 많은 이유는, 그들이 직장에서 듣고 있기 때문이라는 방송국 주인의 설명에,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는 채팅이 유튜브 댓글창에 순식간에 주르륵 올라오는 것에서 사무실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속담에 Seeing is believing이라 했으니, 보는 것이 바뀐다면 믿는 것도 바뀌게 됩니다. 서로 다른 것을 보는 나의 생각이 상대와 다를 수 있음을, 그리고 다른 그의 생각 역시 소중할 수 있음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와 나의 다른 생각들이 평화롭게 이어질 때, 더욱 다채로운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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