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바티칸의 김대건' 세운 한진섭
'타고 노는' 조각 본 적 있나요…“서 있는 사람들 모두 오세요”
서울 강동구 강동허브천문공원에서 돌 조각 작품을 보고 놀란 적 있다.
놀란 건 희한하게도 사람들이 작품에 앉거나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조각 작품을 만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지 않는가.
행여 사람이 만질까 하여 작품엔 펜스를 쳐 접근금지까지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앉고 타고 하니 딴 세상에 온 듯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낯설지만, 절로 친근감이 든다는 사실이었다.
둘러보니 조각 작품은 오토바이를 탄 소, 돼지 가족, 송아지 모자,
담장 너머 세상을 보는 소녀, 의자 등 모두 25점이었다.
모두 자연에 자연스럽게 자연처럼 설치된 터였다.
작품을 만든 한진섭 조각가에게 사람이 앉고 타게끔 한 이유를 물었다.
“조각이 생활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습니다.
사실 시작하긴 전엔 작품 가격이 낮은 거로 인식될까봐 염려스러웠죠.
제게도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기우였죠.”
실제 소, 오토바이 조각상을 타는 사람의 표정이 환하디 환했다.
이를 두고 그는 “물질을 비워야 채울 수 있듯,
비우니 사람이 와서 앉더라고요.”라고 했다.
물질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비우니 새 채움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의자로 앉게끔 만든 작품엔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또한 사람을 위한 배려였다.
“이물질이 있으면 못 앉으니 이물질이 빠져나가게끔 구멍을 냈죠.
방귀도 빠져나가게요, 하하”
지난해 9월 로마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신부 성상이 세워졌다.
550년 동안 빈 채로 있던 대성전 우측 외벽 벽감에 갓 쓰고
도포 입은 채 두 팔을 벌린 3.77m 높이 조각상이 자리를 잡은 게다.
이 성상이 바로 한진섭 조각가의 작품이다.
그는 이 성상을 만들게 된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어쩌면 조각 작품에 사람이 드나들게 한 데서 기적은 비롯된 게 아닐까!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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