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재명은요?’ 대신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
최근 급격히 재부상한 정권 심판론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을 탓하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비등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성정은 이미 2년간 겪어온, 국민의힘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수(常數)다. 그동안 이유 없이 정권 심판론이 컸던 건 아니지 않나.
문제는 변수(變數)로 기대됐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점차 상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 초보인 그에게 변화무쌍한 선거 기술을 바란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발언 패턴을 보면 그가 대충 어떤 말을 할지가 그려진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현역 교체율이 낮아 쇄신이 안 되고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고 있는 건 쇄신이냐”고 반문한 게 대표적이다. 취재진이 국민의힘의 문제를 지적하면 이재명 대표를 끌어들여 반박하는 “이재명은요?” 화법이 거듭되고 있다.
최근엔 선거 메시지도 고착되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발대식이 있던 지난 19일 하루에만 ‘종북(從北)’ 단어를 6번 이상 꺼냈다. 물론 종북 논란 인사의 국회 진입은 큰 문제다. 그렇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걱정인 대부분의 국민은 반복적 종북 표현보다 민생 문제 해법을 집권 여당 대표에게 듣고 싶을 것이다. 오죽하면 “공안 검사도 아닌데 왜 그리 종북 얘기를 좋아할까”라는 말이 나올까.
한 위원장이 전략적 사고를 통해 변수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공천 문제만 봐도 그렇다.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역 대부분과 친윤 핵심 모두가 살았고, 신인은 숨 쉴 틈이 거의 없었다. 반면 민주당 ‘친명횡재’ 공천이 시끄럽긴 했어도 안민석·김의겸·이수진(지역구) 의원 등 여권에서 평가가 좋지 않던 인사 상당수는 탈락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한 위원장은 이들과 설전을 해봤기에 이들의 낙천 필요성에 공감할 것이다.
한 위원장이 공을 들여 영입한 김영주·이상민 의원 등 ‘귀순 용사’를 곧바로 공천을 준 게 패착이란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에서 핍박받은 이들이 무소속 출마를 했더라면 3자 구도가 형성돼 국민의힘의 승리 가능성이 더 커졌을 수 있다. 더욱이 민주당에서 이미 4·5선을 한 의원들이 파란색 대신 빨간색 점퍼를 입고 나타난다고 감동할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4·10 총선은 이제 20일 남았다. 대중은 예상하지 못한 서프라이즈에 반응한다. ‘이재명이 더 나빠요’ 대신, 셀카 속 밝은 미소 대신, 바싹 엎드려 읍소를 하는 처절한 모습에 유권자는 좀 더 반응하지 않을까.
허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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