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마켓 나우] 링컨의 통화 개혁과 비트코인

2024. 3. 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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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19세기 중반 미국은 노예제와 관세를 둘러싼 이견으로 나라가 두 개로 쪼개졌다.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 이남의 남부 주들은 대농장에서 면화를 생산해 영국으로 수출했다. 전 세계 면화의 80%를 미국이 공급했다. 그 대부분은 배에 실려 맨체스터의 공장으로 갔다.

수입한 면화로 영국은 전 세계 면직물의 절반을 생산했다. 윈윈 전략에 힘입어 두 지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영국은 최강대국 지위를 굳혔다. 런던은 국제금융 중심이 됐고 파운드화는 세계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남부도 단일국가로 분류하면 세계 제4위의 경제 대국에 속했다.

마켓 나우

부의 원천인 목화 농장은 흑인 노예에 의지했다. 영국 리버풀을 떠난 선단이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노예를 사들여 미국 남부해안으로 운반했다. 무역선은 면화를 사서 영국으로 되돌아갔다. 빅토리아풍의 화려한 저택은 플랜테이션과 면직산업 간의 부도덕한 카르텔이 남긴 유산이다.

1860년 대선에서 승리한 링컨은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를 위해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노예제 폐지를 추진했다. 15% 안팎에 머물던 수입 관세를 3배 이상 올렸다. 그로 인해 미국 남부가 수입하는 공산품의 가격이 폭등했다.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남부를 휩쓸었다.

설상가상으로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공론화하자 위기는 현실이 됐다. 11개의 남부 주들이 독립을 선언했다. 강력한 미국의 비전을 꿈꾸던 링컨은 독립을 용납할 수 없었다. 피비린내로 숨 막히는 듯한 전쟁이 대륙을 덮쳤다. 4년간 62만 명의 젊은이가 전사했다. 링컨은 전쟁비용을 대느라 텅 빈 국고를 충당해야 했다.

국채 발행은 높은 이자가 부담이었다. 링컨은 이자 지급이 필요 없는 지폐를 발행했다. 지폐를 녹색 잉크로 인쇄해 그린백(greenback)이라 불렸다. 그 이전까지는 각 주가 인가한 민간은행이 중구난방으로 지폐를 발행하고 있었다. 링컨은 민간은행이 발행한 지폐에는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 퇴출했다.

이 조치로 화폐가 통합되고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링컨은 중앙정부의 통화권력 장악에 반발한 극단적 분리주의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정부의 통화 장악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경제성장의 마중물이 된다. 잘못 써 화폐를 남발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배경 중 하나는 정부의 통화 장악에 대한 반발이다.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투자자산일 뿐이다. 유동성이 악화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언제나 급락한다. 모멘텀에 의지한 투자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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