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의료개혁, 의료계만이 아닌 지역·입시 문제로 전환됐다
20일 의대 정원 배정을 브리핑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증원 명분으로 맨 먼저 지역의료 격차 문제를 내걸었다. 예상보다 더 많은 82%(1639명)를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하고 서울은 단 한 명도 증원하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또 증원이 “개혁의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을 전제로 수련 시스템 혁신, 전공의 연속근무 상한 축소, 파격적 정주 지원과 연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00명 증원 문제에 발목 잡힌 의료개혁을 더 큰 틀에서 풀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증원으로 지역 거점 국립대 7곳과 사립대(원광대·조선대·순천향대) 3곳을 합쳐 총 10개의 지방대 의대가 서울대 의대(135명)보다 덩치가 커졌다. 반면에 정원에 변화가 없는 ‘인(in)서울’ 의대는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셈이 됐다. 의사들의 지역 정주 가능성을 높여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교육부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를 인용해 “출신 지역, 졸업 지역, 전문의 수련 지역이 비수도권일 경우 후에도 비수도권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2.01~5.94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체로 의대 정원 배정을 환영했다. 충북대에 가장 많은 인원(151명)이 증원되자 충북도는 “열악한 의료 환경 개선과 지역균형 발전 실현, 교육개혁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경상국립대에 124명이 증원된 경남도, 정부가 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전남도 등도 이날 결정을 반겼다.
반면에 증원 규모가 적거나 신설을 바랐던 자치단체들은 아쉬워했다. 경북도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중증 환자 사망률이 전국 최다”라며 “의과대학 신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입시업계에서는 이번 증원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증원 규모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열 모집 정원(4882명)의 40%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3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기준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비수도권 학생이 3346명으로 추정되는데, 내년도 비수도권 의대 모집 정원(3662명)이 이보다 더 많다”며 “비수도권에서는 1등급을 못 받아도 의대 진학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권역별 중·고교 출신 학생만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의 확대도 변수다. 현재 모집 인원이 비수도권 27개 대학 1068명인데,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최소 900여 명 늘어난 1950명 이상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모씨는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서울 대치동으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의대 정원이 늘고 지역인재전형도 확대된다는 말에 계속 거주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의대 선호 현상이 강화될수록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이공계열 학생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를 못 가는 학생들이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면서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입결이 하락하고, 중도 포기 학생 역시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신진호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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