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는 새내기주···청약 경쟁률이 시초가 형성, 유통 물량 주목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가 뜨겁다. 올해 첫 주자였던 우진엔텍이 ‘따따블(공모가 대비 주가 4배 상승)’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상장한 공모주도 모두 초반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분류가 나뉜다. 상장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반짝 후 추락하는 종목도 적잖다. 3월 11일 기준 올해 상장한 11개 종목을 분석해 주가 흐름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네 자릿수 청약 경쟁률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은 3월 11일 기준 총 11개다. 그중 7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우진엔텍(350%)과 케이엔알시스템(100%)은 공모가보다 2~3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힘스(99%), 코셈(83%), 이닉스(75%), 케이웨더(38%)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 에이피알은 공모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모주 청약에서 모두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특히 우진엔텍(2707 대 1), 코셈(2518 대 1), 케이엔알시스템(2267 대 1)은 2000 대 1의 경쟁률을 돌파했다. 이닉스(1997 대 1)와 케이웨더(1989 대 1)도 그에 못잖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힘스(1231 대 1)와 에이피알(1113 대 1) 역시 경쟁률 1000 대 1을 가뿐히 넘겼다.
높은 청약 경쟁률은 대체로 높은 시초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실제로 우진엔텍(300%), 현대힘스(297%), 이닉스(233%), 케이웨더(185%), 케이엔알시스템(174%), 코셈(163%)은 공모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시초가가 형성됐다. 에이피알도 44만5500원으로 공모가 대비 78% 높은 시초가로 거래를 시작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장 당일 시초가를 기준으로 본다면 청약 경쟁률이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며 “청약 경쟁률과 시초가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더라도 양호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HB인베스트먼트(197%), 스튜디오삼익(189%), 포스뱅크(164%)는 공모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걷는다. 3월 11일 종가 기준 HB인베스트먼트(-6%), 포스뱅크(-17%), 스튜디오삼익(-13%) 모두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에 주가가 머물러 있다. 이에이트 역시 시초가(2만6150원)는 공모가(2만원) 대비 31% 높았지만, 3월 11일 종가는 1만9970원으로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공모주도 결국 상장 후에는 실적과 그에 따른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공모 규모가 크지 않으면 회사 내용과 관계없이 청약에 흥행하고 상장 직후 주가가 치솟는 경향이 있다”며 “공모주도 결국 주식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향후 실적 전망과 그에 따른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실적 중요
최근 상장하는 공모주는 수급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6월 상장 첫날 가격 변동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한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상장하는 기업들의 상장 후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면 적은 거래량으로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장 후 유통 물량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전체 주식의 25~35% 정도면 적정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IPO 시 전체 주식 수의 25% 이상을 공모로 모집할 것을 권고한다. 유통 물량이 많지 않으면 적은 거래량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많아도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
적정 물량을 전체 주식의 25~35%라고 볼 때, 올해 상장한 공모주 11개 중 6개가 적정 범위에 들어와 있다. 이닉스(31%), 코셈(36%), 케이엔알시스템(33%), HB인베스트먼트(34%), 포스뱅크(30%), 스튜디오삼익(26%) 등이다. 유통 물량이 수익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통해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유심히 살펴보라는 것. 아무래도 수많은 기관 투자자의 의견이 모인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물론이고, 기관들의 참여 건수와 확약 비중까지 확인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수요예측에서 매력적인 공모주에는 1800건 이상 주문이 들어온다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이 참여 건수와 함께 참고할 만한 수치는 보호예수 확약 비율이다. 보호예수 확약은 투자자가 일정 기간 해당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덜어줄 수 있다. 기간은 상장 후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등 다양하다. 확약 기간이 길수록 주식이 장기 보유할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확약 비율이 20%를 넘는 경우가 많이 없기 때문에, 20%만 넘겨도 이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기업 중 기관들의 확약 비율이 20%를 넘긴 공모주는 이닉스와 에이피알 두 곳뿐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의 주가 수익률을 비교하면 확약 비율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3월 11일 종가 기준 상장 후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 흐름을 보이는 업체의 확약 비율은 평균 16% 수준이다. 이닉스와 에이피알이 20%대, 현대힘스(16%), 우진엔텍(15%), 케이엔알시스템(15%)은 10%대를 기록했다. 코셈(9%)과 케이웨더(3%)의 확약 비율이 한 자릿수로 나타났다. 반면 공모가를 밑도는 새내기주들의 확약 비율은 평균 4%에 불과하다. HB인베스트먼트(6%), 포스뱅크(5%), 스튜디오삼익(4%), 이에이트(2%) 모두 확약 비율이 10% 미만이다.
확약 비율뿐 아니라 확약이 끝나는 시점별로 풀리는 물량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는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상장한 에이피알의 경우, 상장 후 1개월 후인 3월 말 11.53%, 2개월 후인 4월 말에 또 11.68% 물량의 보호예수가 풀린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회사가 적당한 비교 기업을 설정했는지, 비교 기업보다 배수(멀티플)가 높게 설정되진 않았는지, 실적 성장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고민정, 최고위원직 사퇴...민주당 집단 탈당 움직임도 - 매일경제
- “지난주에 팔 걸”…비트코인, 한국서 더 많이 떨어졌다고? - 매일경제
- “日여행 가도 되나?” 치사율 30% 전염병 급속 확산 - 매일경제
- 일본, 17년 만에 금리 인상…‘마이너스 금리’ 해제 - 매일경제
- [속보] 한동훈 “이종섭 곧 귀국…총선 앞두고 민심에 반응할 것” - 매일경제
-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판매자 파격 조건 모집…“입점·판매 수수료 없다” - 매일경제
- 블랙핑크 포토카드 속 ‘그 한옥호텔’…외국인 사이에 예약 전쟁이라는데 [신기방기 사업모델]
- ‘최대 50만원’ 번호이동 지원금, 뚜껑 열어보니 고작… - 매일경제
- “공짜인 척하더니”…중국 직구앱 테무, ‘테무깡’으로 소비자 기만 논란 - 매일경제
- 넷플릭스, 돈 환급해준다면서 ‘중도해지’ 기능 숨겼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