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에 지자체 “환영”…의대 교수 "사퇴 시점 구체적 논의"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내놓자 전국 자치단체와 대학 본부 측은 대체로 환영했다. 자치단체와 대학 본부는 “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의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의대 교수와 학생은 종전보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정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결과’를 보면 늘어난 의대 정원 2000명 중 1639명(82%)을 비수도권에, 361명(18%)은 경기·인천 지역에 배분된다. 서울 지역 의대는 증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역사적인 날…지방의료 붕괴 막을 과감한 결단”
의대 증원 규모(151명)가 가장 큰 충북대가 있는 충북도는 정부 결정을 환영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충북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지역균형 발전 실현, 충북 교육개혁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경상국립대 의대가 충북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증원(124명)되자 경남도 역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위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겼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정부와 대학 당국은 지역에서 양성된 유능한 의사 인력이 도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전형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두겸 울산시장과 이장우 대전시장, 김관영 전북지사 등도 “벼랑 끝에 놓인 필수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정부가 이날 지역에 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200만 전남도민에게 더없이 기쁘고 감격스러운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원 규모가 적은 자치단체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증원 규모 71명)가 있는 경북도는 “경북은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중증환자 사망률이 전국 최다”라며 “의과대학 신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도 국립의대 신설을 촉구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절박한 지역 의료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의사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 반기면서도 “조심스럽다”
대학 본부도 정부 의대 증원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원이 80명 더 증가하는 울산대 측은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발표가 울산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과 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겼다. 51명 증원된 부산 동아대 측은 “이번 조치로 의사 인력 운영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경상국립대는 “교육 여건의 개선은 의과대학 교수님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만큼 향후 의과대학 학장님과 교수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해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은 사퇴 시점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전 건양대의료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전체 교수 회의를 열고 사직서 제출 방식과 시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비대위가 진행한 설문에 응답한 건양대병원 교수 120명 가운데 92명(76.7%)이 사직 등 적극적인 행동에 동의했다.
충남대 의대 비대위도 총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애초 사직서 제출 여부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던 분위기가 정부의 발표 이후 ‘공동 대응’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 의대는 교수 316명 가운데 93%(294명)가 사직서 제출 등 적극적인 행동에 동의했다.
의대 교수들 “양질의 교육 불가능해”
원광대 의대 교수들 이날 오후 5시쯤 비대위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원광대 비대위 관계자는 “대학이 늘어난 150명을 수용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서남대 폐교 이후 의대 숫자가 15명 정도 증원됐는데, 그때 (양질의 교육을 한다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겪어봤다”고 했다.
최중국 충북대 의대 교수회장은 “의학 연구·실습을 위한 실험실이나 강의실 등 여건이 학생 49명에 맞춰져 있는데 갑자기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면 교육의 질 저하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학생이 4배로 늘면 해부용 시신이 더 필요할 텐데, 그럴만한 여건도 안되고 실험실을 늘릴 공간도 없다”며 “강제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전공의 등을 극한 상황으로 내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사를 배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진호·김윤호·최충일·김준희·최종권·김정석·김민주·황희규·백경서·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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