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보다 정원 많은 지방 의대 10개 탄생…"개혁의 첫걸음"

최민지 2024. 3.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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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0일 의대 정원 배정을 브리핑한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증원의 명분으로 맨 먼저 내건 것은 지역 의료 격차 문제다.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82%(1639명)를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했고, 18%(361명)를 경인 지역 대학에만 배치했다. 서울은 단 한 명도 증원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 지역의료 격차의 심각성을 부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는 이날 증원이 “개혁의 첫걸음”(이주호 부총리)이라고도 했다. 담화문을 낭독한 한덕수 총리는 “증원은 개혁의 필수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을 전제로 수련 시스템 혁신, 전공의 연속근무 상한 축소, 파격적 정주 지원과 연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00명 증원 문제에 발목 잡힌 의료 개혁을 더 큰 틀에서 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메가의대 7개…“지역 의사, 지방대가 육성”


정근영 디자이너
지역 거점 국립 의대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고, 사립대인 원광대·조선대·순천향대도 150명이 되면서 총 10개 지방 의대가 서울대 의대(135명)보다 덩치가 커졌다. 증원 전에는 서울대 의대보다 정원이 많은 곳은 전북대 의대 한 곳뿐이었다.

정원에 변화가 없는 ‘인(in)서울’ 의대는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셈이 됐다. 이화여대 의대는 8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정원이 적은 ‘미니 의대’가 됐다.

이날 발표 내용은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의사들의 지역 정주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를 인용하며 “출신 지역, 졸업지역, 전문의 수련지역이 비수도권일 경우 후에도 비수도권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2.01~5.94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인근 고교 출신으로 지원자를 한정하는 지역인재전형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 교육발전특구 사업이나 의대 증원 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높이겠다는 제안들이 올라와서 채택됐다”며 “현장에서 지역인재전형 의무 비율을 (법정 하한인) 40%에서 60%까지 올리는 추세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 개정으로 2028학년도부터는 지역인재전형 조건이 출신 중학교까지로 강화된다.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본과 과정 실습 병원에 대한 관리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날 국립대에 편중된 정원에 대해 교육부는 “각 학교가 제출한 실습병원 현황을 보면 국립대는 학생 대다수가 소재 지역에서 실습을 하는 데 반해 일부 사립대는 학생들이 수도권에서 실습하는 등 지역의료 여건 개선 기여도가 높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원 갈등에서 입시 전쟁으로 관심 이동”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뉴스1
이날 증원 배정 발표는 올해 전국 의대의 모집 인원을 사실상 정한 셈이어서 의대 증원 갈등보다는 입시 문제로 초점이 옮겨진 효과도 있다. 각 대학은 정원 변경을 위한 학칙을 변경하고 다음 달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정원 변경 사항을 신청하게 된다. 대교협이 이를 승인하면 오는 5월 모집 요강 발표를 끝으로 정원이 확정된다. 올해 대학 입시부터 이번에 배정된 정원이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원이 확정되고 입시 레이스가 시작되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보다는 의대 입학에 성공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입시 전쟁으로 초점이 옮겨지게 되고 의대 정원은 자연스레 기정사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별 정원 배정 발표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원 조정 가능성에 대해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의료계 인력 양성은 국가의 인력수급 정책하고 연계돼서 추진되는 것으로 결정은 교육부 장관이 하도록 돼 있다. 정원 조정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가 인력수급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정원은 대학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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