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죄송합니다" 이강인,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직접 사과했다(종합)
김명석 2024. 3. 20. 18:25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손흥민(토트넘)을 향한 이른바 ‘하극상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대표팀 합류 직후 선수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직접 사과했고, 미디어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전 공식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아시안컵 기간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 그만큼 보답해 드리지 못하고 실망하게 해 드려 너무 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두 손을 모은 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강인은 “많이 배우고 많은 반성을 하는 기간이다. 모든 분의 쓴소리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이 대한민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강인은 다른 질문은 받지 않고 팀 훈련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전날(19일) 저녁에는 선수들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이)강인이가 모든 선수 앞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사과하는 용기도 분명 필요하고,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에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잘 받아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오히려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영국까지 날아와서 먼저 사과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건 엄청나게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용기를 내서 한 팀원으로서 뿌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서 많은 걸 배운다고 생각한다. 강인 선수도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실수를 통해서 단단해지고 국가대표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계기를 통해 더 멋진 선수, 더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앞서 지난 2월 카타르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손흥민과 충돌해 논란을 빚었다. 손흥민은 경기 전날 식사 자리를 대표팀 단합의 장으로 본 반면, 이강인은 다른 동료들과 탁구를 치려다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
처음 영국 매체 더 선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이 논란은 대한축구협회(KFA)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충돌 사실을 인정하는 바람에 공식화됐다. 대표팀 선배이자 주장을 향했던 이강인의 행동에 특히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정몽규 KFA 회장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경질 기자회견 당시 관련 질문을 받고 대표팀 소집 제외를 통한 징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성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강인은 영국으로 이동해 직접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다. 당시 아시안컵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했고, SNS를 통해서도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손)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손흥민도 이강인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이)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그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적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강인을 향한 일부 팬심은 여전히 싸늘했고, 대표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도 거셌다. 그러나 황선홍 대표팀 임시 감독은 “운동장 안에서의 일은 운동장 안에서 풀어야 한다”며 정면 돌파를 택했고, 전날 귀국하자마자 선수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직접 사과하는 한편 미디어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이날 공개된 초반 15분 훈련에는 따로 회복 훈련에만 집중했다. 이후 훈련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팀 전술 훈련에 합류해 태국전을 준비했다. 전날 귀국해 여전히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회복 훈련 후 곧바로 전술 훈련에 합류한 만큼 태국전 출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황선홍 감독은 “이제는 이강인과 팀 동료들이 합심해서 풀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마음을 더 열고 화합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장 안에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팬분들께 하나 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상대보다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경기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준비하자고 했다. 그런 모습들이 운동장에서 잘 나타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과 태국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2위, 태국은 101위다. 역대 전적은 30승 7무 8패로 한국이 우위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지난 2016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평가전으로, 당시엔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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