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배임수재→마약...오재원 체포 소식이 안긴 의문, 도대체 OB는 어떻게 관리하나

안희수 2024. 3. 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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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을 맡았던 지난해, 패션 잡지 촬영 인터뷰에서 박찬호를 향한 개인 감정을 드러내 논란을 자초한 오재원. 사진=유튜브 캡처

한국에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공식 개막전이 처음으로 열리는 역사적인 날을 하루 앞두고, 야구계에서 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전 두산 베어스 내야수이자 국가대표팀에서도 뛰었던 오재원(39)이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것. 

지난 19일 강남경찰서는 오재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고 전했다. 오재원은 지난 10일 함께 있었던 여성 A씨 신고로 마약 혐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오재원이 혐의를 부인했다.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오자, 경찰은 귀가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관련 혐의 추가 단서를 확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재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리고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성 A씨는 오재원과 2022년부터 최근까지 마약을 함께 투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원은 2022시즌 선수 신분이었다. 

오재원은 선수 시절 종종 과격한 행동을 했다. 다른 팀 선수와 갈등을 일으키거나, 그라운드 상태를 탓하며 글러브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은퇴 뒤에도 논란을 자초하는 말을 했다. 선배이자 전 빅리거 박찬호의 해설 스타일을 공개 저격했고, 후배 투수 양창섭(삼성 라이온즈)가 지난해 6월 24일 SSG 랜더스전에서 고의 사구를 했다고 단정하며 야구팬 원성을 자아냈다. 

그런 자의식 과잉이 누군가에겐 당당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에게 비호감·밉상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래서일까. 오재원의 체포 소식을 접한 야구팬은 대체로 담담한 것 같다.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많다.

오재원이 범죄 혐의로 의심받은 게 처음도 아니다. '버닝썬' 사태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전 가수 승리와 친분이 있고, 2017년 필리핀 팔라완에서 열린 승리의 호화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후에 사법 처리를 받은 무리들이 자행한 범죄와 연루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받기도 했다. 오재원은 이 사건이 불거진 2019년 4월,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승리에게 초대받은 건 자신의 당시 여자친구였고, 항공권을 직접 구매해 필리핀으로 향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내 사생활 얘기를 이런 식을 해야 하는 게 상황이 싫다"라고 전한 바 있다. 

오재원은 두산 왕조를 이끈 주역이고, 누군가에겐 좋은 리더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특유의 퍼포먼스와 내부 관리에 힘을 쓰며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은퇴 뒤엔 두산팬들마저 외면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였다. 명백한 건 '어딘가 일반적이지 않다'라는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관계가 나오기 전까지 오재원을 범죄자로 단정할 순 없을 것 같다. 명백한 건 현재 그의 모습이 현장을 누비는 프로 야구 후배들과 학생 선수들에게 조금도 모범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수가 은퇴하면 지도자 길을 걷거나, 방송사 해설위원을 맡거나, 개인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활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 경제 활동과 더불어 구단 일원(지도자)로 현장 경쟁에 힘을 보태거나, 야구 인기 향상을 위해 전도사 역할을 하거나, 후진 양성에 기여한다. 그게 선배의 길이다. 

지난겨울 선배 자격이 없는 이들이 유독 많이 나왔다. 야구계 대표 말썽꾼 정수근은 지인과 술자리에서 동석한 A씨를 맥주병으로 폭행해 재판을 받게 됐고, 아내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하루 전엔 사령탑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장정석 전 단장과 김 감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외식업체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1억6000만원을 수수해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물의를 일으킨 선수 또는 OB의 비위·일탈 내용은 갖가지다. 도박, 승부 조작, 성범죄, 뇌물 수수, 마약 투약. 또 뭐가 더 나올지 우려된다. 

몇 년 전 한 베테랑 프런트에게 야구계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사람이 많으니까"라고 맹물 같은 답을 전한 적이 있다. 아무리 구단이 관리를 하려고 해도, 개별 통제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나마 현역 선수는 단체 생활을 하며 조직 내 규범과 양심이라는 심리적 한계선 안에 있다. OB는 개인의 상식과 인성, 상황에 맡겨야 한다. 폭행·마약·사기가 계속 나올 수 있다. 위험성이 더 크다. 

은퇴 선수들을 운영 기구(KBO)에서 관리하기도 어렵다. 일구회나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가 OB들의 사생활 통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 야구인으로서 명예가 대수일까. 제명 등 사단법인의 조처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KBO 차원의 영구 제명도 어려울 것 같다. 범죄를 지었다고,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그의 흔적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야구계 어른들이 입이 마르도록 인성을 강조하고, 자중할 것을 당부해도 터질 일은 터진다. 스포츠팬 의식이 높아져, 선수 출신 범죄자를 무분별하게 종목 또는 팀과 연관하는 추세는 아니지만, 타격이 아예 없진 않다. 현장에서 할 일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들은 못난 선배들 탓에 연대 책임을 지고 있다. 난제 중에 난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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