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묶인 항공기들…항공기 리스업체·보험사 수조원대 보험금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억류된 수백대의 외국 항공기와 관련해, 수조원대 보험금을 둘러싼 항공기 리스업체와 보험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에 억류된 해외 리스업체 소유의 항공기 수는 400여대, 약 10억달러(한화 약 13조원)어치다. 2년 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대러 제재 차원에서 항공기 리스업체에 러시아 항공사와 계약을 파기하도록 하자, 러시아 당국이 돌려주지 않고 자국 내에 억류해둔 항공기들이다.

전쟁 발발 당시 해외 리스업체들은 항공기 총 500대 이상을 러시아 항공사에 빌려주고 있었다. 여러 차례 회수를 시도했지만, 현재 러시아에 사실상 빼앗긴 상황이다. 항공기 리스업체들은 손해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이 적용되는 항공기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리스업체들은 수년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처브, 스위스 리 등 서방의 대형 보험사 및 러시아 현지 보험사들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항공기를 회수하기 위해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사실상 전시 상황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사항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적절한 보험금 액수에 대한 합의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간 항공기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값어치가 떨어졌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항공기 리스업체인 칼라일 항공 파트너스의 법률 대리인 측은 미 연방보험청(FIO)에 낸 서류에서 "보험사들이 보험금 액수를 깎고자 시간을 끌고 있다"며 "이들의 보험금 지급 능력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