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일으키는 비만 치료제…디지털로 관리해야 제대로 쓴다
1년 만에 살을 20% 뺄 수 있어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의약품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과 높은 약값 등의 문제로 단순히 투약뿐만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잘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구에서는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패밀리사' 중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해 비만 등 건강 관리를 위해 디지털을 접목하고 있는 회사들을 소개하는 브라운백 미팅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GLP-1과 비만은 2023년, 그리고 앞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빅 트렌드"라며 "체중 감량을 위해 약을 쓰는 데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정 심사역은 이어 "사람들이 과연 내가 약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어떤 약이 적합할까, 어떻게 해야 비용효율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한다"며 "이 허들을 낮추는 게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치료 과정과 함께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살 빼는 과정의 불안과 고난을 낮춰주고, 비싼 약물치료 과정을 마무리하고 투약 중단 후 유지관리(오프보딩) 과정 등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비만 치료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비비드헬스와 가지랩은 모두 디지털을 통해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만 등 디지털 관리를 도울 수 있는 솔루션임을 내세웠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비비드헬스는 다음 달 출시를 목표로 비만 치료 관리 플랫폼 삐약을 개발하고 있는 신생 회사다. 다른 스타트업에서 함께하며 의기투합한 천예슬 대표와 조재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1월 창립했다. 정 심사역은 비비드헬스의 투자 이유에 대해 "환자 중심적 사고를 가진 회사"라며 "환자들의 커뮤니티를 실제로 구현해보고 이 과정에서 어떤 수요가 생겨나는지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삐약의 핵심 콘텐츠는 '비만 약 투약 후기'다. 천 대표는 "비만 치료제 복용 전후 사용자들이 겪는 부작용·중단 후 유지관리·용량 조절 등을 해결하고자 한다"며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수요를 발견하고 이를 흩어진 채널이 아닌 하나의 서비스로 볼 수 있도록 삐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 카페 등에도 다양한 투약 후기가 이미 올라오고는 있지만 내용이 편향되는 등의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잘 정돈된 투약 후기를 통해 과장된 정보가 아닌 실체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의 방식을 파악함으로써 보다 실질적 경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천 대표는 "비만 치료제의 긍정적 효과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부작용·위험성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며 "실제 자신과 비슷한 체질량 지수(BMI)인 사람이 어떻게 투약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비드헬스는 삐약 출시에 앞서 200건가량의 정제된 투약 후기를 사전에 확보한 상태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주로 처방되는 GLP-1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의 경우 환자가 직접 스스로 투약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를 도울 수 있는 약의 용량 조절, 효과 모니터링을 위한 투약 관리 솔루션도 제공한다. 비만 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접근하기 어려웠던 치료 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의료기관과의 상담 연결, 병원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가지랩의 김영인 대표는 자사의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소개했다. 김영인 대표는 의사 출신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서비스인 눔의 한국·일본지사 대표직을 역임한 헬스케어 전문가로 꼽힌다.
가지랩은 간략한 설문을 통해 자신의 웰니스 성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5만건의 개인화된 진단 데이터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토대로 개인의 특성에 맞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매년 1500만건의 건강검진이 진행되는 국내의 특성에 맞춘 '생성형 인공지능(AI) 건강검진 상담 서비스'도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검진에서 중증 질환이 의심되면 병원에 가라고는 하지만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을 때는 후속 단계로 연결이 잘 안 된다"며 "AI를 활용해 검진 결과를 요약하면서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사업 모델을 활용해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웰니스 모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GLP-1의 가장 큰 단점은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찐다는 것"이라며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GLP-1을 맞는 동안 생활 습관을 교정해 복용하는 동안 억제된 식욕이 풀리더라도 잘 관리할 수 있는 웰니스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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