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폭리" 전방위 압박 통했나…고삐 풀린 애플레이션 '주춤'
정부, 농축산물 물가안정 1500억 투입
유통업계도 잇따라 농축산물 할인전
"저장사과 물량, 예년보다 30% 적어…근본대책 필요"
지난해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던 사괏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지원금과 유통업계의 할인전이 사과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사과 재배량이 예년보다 적었던 만큼 정부 차원의 가격인하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19일) 기준 사과(후지) 10개의 상품(上品)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은 2만3725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일의 2만4148원보다 1.75% 내린 가격이다. 3만원을 돌파한 이달초보다 20%가량 낮은 수준으로, 평년 3월 중순대의 가격인 2만4800원보다도 낮다.
이는 정부가 과일과 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를 위해 내놓은 지원책의 효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사과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는 지난 15일 농축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납품단가 지원에 755억원, 할인지원에 450억원이 투입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을 통해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전통시장 등에서 할인을 제공했다.
정부와 유통업계가 사과를 중심으로 농축산물 할인에 나선 건 사과값이 이례적으로 폭등하면서다. aT에 따르면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지난 7일 3만877원을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중순의 사과 10개 가격인 2만2749원보다 36%가량 높은 가격이다. 단순 계산했을 때, 사과 1개 가격이 3000원대까지 오른 셈이다.
유통업계도 이에 발맞춰 사과를 중심으로 한 농축산물 할인전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21일부터 진행하는 '홈플러스 물가안정 프로젝트' 할인전에서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12Brix 유명산지 부사사과(4~7입)'를 8750원에 판매하는데, 이는 개당 2200원 이하의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배와 딸기 참외 등도 할인한 가격에 선보인다. 이마트도 농림부와 함께 '농산물 할인쿠폰'을 통해 사과, 배 등을 할인 판매했다.
e커머스 업계도 농축산물 할인에 나섰다. 쿠팡은 지난 18일부터 '시즌과일찬스' 행사를 열고 못난이사과와 딸기, 토마토 등 과일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쿠팡은 이번 행사를 위해 과일 900여t을 추가 매입했다. 신선상품을 판매하는 로켓프레시를 통해 못난이 사과 1.5kg을 9980원에, 성주 당도선별 참외 1.2㎏을 1만1900원에 판매한다. 컬리는 'NH농협카드 상생 페스티벌'을 열고 오는 31일까지 농축산물을 할인 판매한다. G마켓과 옥션도 오는 24일까지 과일 구매 시 적용할 수 있는 2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정부와 유통업계가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배와 딸기 등 다른 과일 가격은 여전히 평년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다. aT에 따르면 19일 기준 신고배 10개 가격은 4만1486원으로 평년 3월 중순 가격인 3만7225원보다 11% 비싸다. 딸기 역시 100g당 가격이 1345원으로 평년(1120원)보다 20% 높은 가격대다.
이번 사과 가격 하락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저장사과 물량은 예년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정부의 지원금에 더해 유통업계의 할인전 효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봤지만, 이 같은 지원책이 없다면 언제든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높은 과일값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품목인 사과와 배 등 햇과일의 출하 시기인 7~8월까지 남은 기간이 길어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가격이 오른 품목에 대한 할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결국 농축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건 공급량"이라면서 "지난해 사과 작황이 나빴던 영향으로 올해 사과 공급량이 유례없이 줄어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급을 늘리는 차원에서 수입과일 허용 등의 수요 대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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