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이종섭 귀국' 한동훈 위원장 고민한 말"
[손병관 기자]
▲ 국민의힘 서울 관악갑 유종필 후보. |
ⓒ 유종필 페이스북 |
서울 관악갑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유종필 후보(66)는 '평생 민주당 맨'을 자임하던 사람이다. 2004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 때도 그는 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을 치렀다.
지난 2018년 재선 관악구청장을 마지막으로 정치를 접으려고 했던 그는 2021년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윤석열 후보 편에 섰다.
2022년 국민의힘의 지방선거를 도와주다가 아예 관악갑 당협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국민의힘은 당세가 현저히 취약한 이곳에 그를 일찌감치 총선 후보로 단수공천했다.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을 등지기로 마음 먹었던 그는 지난해 검찰이 조국의 딸 조민 씨를 기소하는 것을 보고 "거기까지는 하지말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의 당색인 '빨간색 점퍼'를 처음으로 입고 총선에 임하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 2021년 8월에 후보 시절의 윤 대통령을 만난 후 민주당을 탈당했다.
"원래는 구청장을 끝으로 정치는 그만하려 했다. 유불리를 따졌다면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을 거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사태를 보고 민주당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조국 사태' 초기에 종편채널에 출연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광주는 조국이다'라는 피켓이 나오더라. 나도 호남 사람인데, 그러면 조국 비판하는 나 같은 사람은 뭐냔 말이다.
그해 8월 중순 윤 대통령 전화가 와서 그를 만났는데, 내가 방송에서 조국 비판한 걸 알고 있더라. 윤 대통령이 솔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후보 시절 텔레그램으로 말을 걸면 바로바로 답변도 해주고.
윤 대통령의 답변에 등급이 있는데, 마음에 들면 '체리따봉'을 준다. 하는 말에 동의가 안 되면 무응답하고. 내가 나이가 몇 살 더 많지만 비교적 격의 없이 소통을 한 편이었는데, 대통령 된 후에는 신분이 달라졌으니..."
- 윤 대통령이 취임 초의 도어스테핑을 지금까지 계속했다면 어땠을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기자들 질문을 비교적 능숙하게 받아치던데...
"도어스테핑의 취지는 좋았지만 위험한 시도였다.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해야 하고. 소수여당의 대표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아무래도 대통령과는 무게 차이가 난다."
-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차이는?
"두 사람 다 정치를 안 해본 분들인데 윤 대통령은 투박하면서 뚝심이 있는데 유연성은 부족하다. 1974년 세계헤비급 권투 타이틀전에서 유연성이 좋은 무하마드 알리가 젊고 힘 좋은 조지 포먼을 이긴 적이 있다. 유연성이 그 만큼 중요하다. 한 위원장은 유연성이 있어서 좀 더 내공을 쌓으면 좋은 정치인이 될 수도 있겠다."
- 3년 이내에 (리더의) 자격이 갖춰질까?
"자세가 중요하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주변에 둬야지, 영향 미치는 사람들을 법조인들로만 채우면 안 좋을 거다."
- 여당에 '이종섭 출국'과 '황상무 발언', 두 가지 총선 악재가 있다. 호주 대사로 나가있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유종필 국민의힘 관악갑 국회의원 후보가 3월 12일 캠프 개소식을 열었다. |
ⓒ 유종필 후보 캠프 |
"민주당은 이번에 개딸 공천을 했다. 경선을 거쳐도 결과가 뻔하지 않았나? 이 상태로 민주당이 국회 과반수를 먹으면 이재명 체포동의안 또 올라와도 계속 부결된다. 민주당 의원들 개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태생적으로 '이재명 방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바람이 불고있다.
"이렇게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에 놀랐다. 이재명 대표가 다음 대선 앞두고 이번 공천에서 경쟁자들 싹을 자르고 있는데, 이 대표도 조국이 이 정도로 뜰 줄은 몰랐을 거다."
- 조국 대표가 2심에서 유죄 나왔고, 대법원 확정 판결 전망도 유리하지 않는데도 상당한 지지가 나온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조국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조국의 표현을 빌리면 '가족이 도륙 당한' 처지에 대한 동정심이 아닐까?
나도 속으로는 부모가 다 감옥가게 생겼는데 검찰이 딸까지 기소하는 것을 보고 '봐 달라고 의사 자격증까지 내놓았는데 이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대표도 참 딱하다. 부인의 유죄판결 앞두고 그분 몸이 좋지않았는데 '이게 다 내 책임이다. 차라리 나를 감옥에 보내라'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 한때는 조 대표의 지역구 출마 얘기도 있었는데 결국 비례대표를 택했다.
"조국이 나왔다면 그가 강자이고 내가 '언더독'이다. 그러나 나도 여기서 구청장을 두 번 해보고 '싸움의 기술'을 아는 사람이다. 조 대표가 나오면 '관악서민' 대 '강남좌파' 구도로 큰 판을 벌이고 싶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주변에 '지역구엔 안 나간다'는 얘기를 많이 해놨더라.
어떤 의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고, 윤 대통령이 오늘의 조국 현상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60% 정도 나왔다면 조국 현상은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윤 대통령 임기도 끝나고, 그땐 조국도 더이상 기댈 곳이 없어질 거다.
당장은 조국혁신당이 10명 정도만 당선돼도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으니 이재명 대표 입장이 많이 난처해질거다.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그쪽으로 쏠릴 거고. 정치인은 마이크를 뺏기면 안 된다. 그 순간 세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 국민의힘이 선전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관악구에서는 민주당에 뒤졌다. 이번에는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나의 큰 숙제가 됐는데 이젠 '묻지마 투표' 그만하자는 말씀 드리고 싶다. 배추 한 포기를 사도 요모조모 다 따져보고 사는데, 당만 보지말고 사람도 봐달라고 호소드린다.
나는 선거때만 나타나지 않고 30년간 지역을 지키고, 행정가로서 주민들 평가도 받아본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에 마련한 공직배제 7대 기준에도 나는 하나도 걸릴 게 없다. 인물 경쟁력으로 후회없는 승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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