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꺼내왔어요" 30년 전 ML 데뷔전 글러브로 시구하는 박찬호 "뜻깊은 하루" [IS 고척]
윤승재 2024. 3. 20. 16:23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역사적인 서울 시리즈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박찬호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1994년 MLB에 진출한 박찬호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선수로서 2010년 MLB를 떠날 때까지 통산 124승(아시아 투수 최다)을 쌓은 전설적인 선수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서울 시리즈 개막전 1차전 시구자로서 적합한 전설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아침에 일어나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시구가 아니라, 한 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기대가 된다.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30년 전 (데뷔할 때는) 내가 이 자리에 설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려웠지만, 돌이켜보면 다양한 경험 덕분에 성장했고, 이러한 결실들이 한국야구의 발전과 역사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 감명 깊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날 박찬호는 특별한 글러브를 가지고 왔다. 1994년 데뷔 당시에 썼던 롤링스 글러브였다. 124승 기념구와 유니폼 등 메이저리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을 때 의미 있던 도구들을 다 소장하고 있다는 박찬호는 이날 시구를 위해 박물관에서 직접 해당 글러브를 챙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타자들이 구종을 파악한다면서 롤링스에서 손가락 커버를 만들어줬다. 굉장히 가치 있는 글러브다. 30년 후에 다시 쓰게 될 줄이야, 정말 기쁘다"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서울 시리즈에서 맞붙는 두 팀이 모두 박찬호가 현역 시절 몸 담았던 팀이다. 1994년 다저스에서 빅리그 경력을 시작한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2002~2005년)를 거쳐 샌디에이고에서 한 시즌 반을 뛰었다. 은퇴한 현재는 파드리스의 특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특정 팀이 '이겨야 한다'는 건 없다. 한국에서 역사적인 경기로 펼쳐지는 만큼 월드시리즈처럼 한국 사람들에게 최고의 경기로 남을 수 있도록 좋은 경기가 펼쳐졌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아울러 박찬호는 자신이 몸담았던 다저스를 '첫사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저스는 나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팬들에게 알려졌다. 당시 IMF 사태로 국민들이 힘들었을 때 이 파란 유니폼이 국민들에게 힘을 줬고 삶의 한 부분이 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지금은 다양한 선수들이 다양한 팀에서 뛰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다른 MLB 팀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어린 선수들이 도전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다르빗슈 유, 김하성(이상 샌디에이고) 등 다양한 동양인 선수들이 MLB 무대에서 뛰고 있는 점에 대해선 "나와 노모 히데오의 나무가 정말 튼튼하게 자랐다고 생각한다. 나와 노모가 MLB 동양인의 문을 활짝 열었는데, 그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후배)들이 지금 메이저리거로 훌륭히 성장했고, 또 이 선수들이 향후 동양 선수들의 동기부여로 자리잡았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박찬호는 김하성에 대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기억이 있다. 계약하고 나니 굉장한 책임감이 앞서더라. 삼촌이자 보호자 입장처럼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라면서 "지금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도 수상하고 많이 성장했다. 얼마 전에 파드리스가 회식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하성이 선수들을 모아 스피치도 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오타니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을 앞두고 일본팀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과 같았다. 이렇게 김하성이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면서 선배로서 기쁘고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고척=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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