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글러브’ 들고 온 박찬호…“시구인데도 떨려”[서울시리즈]
“30년 전 쓰던 글러브를 박물관에서 꺼내 들고 왔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51)는 “오늘 아침 일어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시구인데도 한 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이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박찬호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식 개막전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30년 전에는 그 이후 벌어질 일들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오늘 한국에서 열리는 이 개막전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오늘 경기는 누가 이겨야 한다는 마음은 없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역사적인 개막전인 만큼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메이저리그다운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1994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역사적인 첫 번째 코리안 빅리거가 됐다. 당시 한국은 야구계 변방이었지만,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뿌리는 박찬호가 처음 발을 디뎠고,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샌디에이고,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을 거치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코리안 특급이 항해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202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경기는 박찬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박찬호는 “오늘 아침 일어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시구인데도 한 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이 됐다. 너무나 뜻깊은 하루”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처음 미국으로 간 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힘들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30년 전 썼던 글러브를 박물관에서 들고 왔다”고 덧붙였다.
추억담도 꺼냈다. 박찬호는 “과거에는 유니폼이나 장비를 선배들에게 물려받았다. 그래서 내 물건이 지닌 가치를 몰랐다”면서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번째 삼진을 잡고 나서 토미 라소다 감독이 기념구를 챙겨줬다. 당시에는 통역이 없어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경기 후 라소다 감독이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삼진을 잡은 공이다. 역사적인 기념구가 될 것이다’고 말해줬다. 이후 승리할 때마다 기념구를 모두 챙겨 124개가 됐다”고 했다.
박찬호는 한국 야구의 영웅이었다. 특히 외환위기 사태가 들이닥친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하면서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찬호는 “나를 통해 다저스란 구단이 국내 야구팬들에게 알려졌다. 어떻게 보면 첫사랑과 같은 존재”라면서 “특히 외환위기 사태로 모두가 어려웠을 때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가 공을 던지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냈다”고 회상했다.
박찬호는 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를 떠났다. 그러나 박찬호 이후 김병현과 추신수, 류현진, 김하성 등 쟁쟁한 코리안 빅리거들이 뒤를 따랐다.
현재 샌디에이고 구단의 특별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박찬호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래도 박찬호의 나무가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선수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또, 동양인 메이저리거 최다승인 124승과 같은 기록이 다음 세대에게 목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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