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과 아파트 벗어난 엄마 "뛰지 말라는 잔소리가 줄었어요"

신문웅 2024. 3. 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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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시에서 태안 이원초로 농촌 유학 온 삼둥이들의 신나는 정착기

[신문웅(태안신문) 기자]

 이원초 2학년 학생수가 삼둥이들의 농촌유학으로 6명으로 늘어났다. 등굣길 교문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삼둥이들
ⓒ 신문웅
 
지난 4일 충남 태안군 이원면 이원초등학교 개학식, 김영옥 이원초 교장은 인사말 대신 경기도 구리시에서 농촌 유학 온 2학년 이영은·이영권·이영준 학생을 소개했다. 삼둥이들은 쑥스러워하며 자기 이름을 소개했고. 전교생은 삼둥이를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학교에서는 마음을 담아 큰 가방 가득 선물과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원초가 충남 최초 농촌유학시범학교로 선정된 후, 첫 유학생인 삼둥이의 첫 등교 풍경이다. 이원초는 교문앞 진입로에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잘 어울려 지내라는 뜻으로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학부모와 학생회에서는 환영 펼침막을 내걸었다.
         
볏가리마을 주인공 된 삼둥이들

삼둥이가 거주하는 이원면 관리 볏가리마을 행사 자리에서 삼둥이와 엄마를 소개했다. 도포 자락 입으신 어르신부터 박경찬 부군수까지 큰 박수를 보냈다. 마을 이장의 인사말에도 삼둥이 이야기가 포함됐다. 행사를 마친 뒤엔 모든 내빈이 삼둥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을에서 차려준 떡국, 보쌈, 생굴 등을 맛있게 먹는 삼둥이의 모습에 주민들은 흐뭇해했다. 한 할머니는 "아이구, 1명 키우기도 힘든데 3명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네" 하시며 삼둥이 어머니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삼둥이들의 농촌 유학 주택은 볏가리마을 체험 주택이다. 학생들의 농촌 체험을 위해 염소, 닭, 개등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동물을 매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고 한다. 넓은 공간에서 자전거와 킥보드를 마음껏 타고 논과 밭 사이의 넓은 길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농촌을 즐기고 있다.

삼둥이의 어머니는 "도시에서는 놀이터에 가도 엄마가 늘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데, 여기에 오니 동물과 함께 놀고, 넓은 공터에서 신나게 뛴 뒤 집에서 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지난 4일 이원초 입학식에서 농촌 유학 온 삼둥이를 위해 이원초 김영옥 교장이 정성 가득한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신문웅
 
 농촌 유학 온 삼둥이들을 환영하는 지역 주민들 펼침막
ⓒ 신문웅
 
 이원초로 농촌 유학 온 삼둥이들이 하교 이후 기거하는 볏가리마을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 신문웅
       
'농촌 유학이지방소멸을 막는다'는 말은 많이 들어 알지만, 구체적인 방안 모색에는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와 마을의 미래를 거시적 시각으로 보면 농촌 유학은 그 해결 방안 중 하나다.

농촌에 사는 아이들은 장시간 학교 버스로 통학하거나, 아예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니,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면 마을에는 고령의 어르신만 남는다. '학교가 없다'는 것은 곧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농산어촌 유학이 강원도,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이미 정착화돼 가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농산어촌 유학에 관한 특례'를 제시해 올해 강원도내 14개 초등학교와 3개 중학교에서 농어촌 유학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농산어촌 유학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이며, 유치원은 형제자매와 같이 신청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원초는 수요일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창의융합 주제 선택 동아리, 문화 소양 함양을 위한 문화 스케치북 활동, 가재골 의형제 모임 등을 진행한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게 계절별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봄에는 섬 기행, 전통시장 체험, 여러 나라 음식 만들기, 승마체험(기초심화)활동, 인라인스케이트 기초심화활동(1~2학년), 문화가 익어가는 사계절(벚꽃축제 및 가재산 탐방활동), 농촌체험 특색활동(모내기 체험활동), 학생회 주관 봄 생일파티를 한다.

여름에는 환경 의식 개선 체험학습, 신나는 물놀이 체험활동, 문화가 익어가는 사계절(테마가 있는 독서활동), 어촌체험 특색활동(염전, 갯벌체험, 솔향기길), 학생회 주관 여름 생일파티가 열린다. 가을에는 책 읽는 계절 도서관 여행, 추석 맞이 민속 문화 행사, 서핑 체험활동(4~6학년), 인라인스케이트 심화활동(1~3학년), 해외 수학여행(5~6학년), 문화가 익어가는 사계절(농촌 특색-가을 추수활동), 학생회 주관 가을 생일파티를 펼친다.

겨울철에는 스케이트 체험, 어울림 축제(김장 체험), 방과후 학습 발표회, 어촌체험 특색활동,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 문화가 익어가는 사계절(도전! 독서 골든벨) 학생회 주관 겨울 생일파티를 한다.

주거문제 해결 위해 힘써야
 
 태안 이원초 2학년에 농촌 유학을 온 삼둥이 남매가 같은 반 친구들과 웃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 신문웅
 
 이원초로 농촌 유학 온 삼둥이들이 친구들과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 신문웅
 
농어촌 지역과 농어촌 학교의 소멸을 막고 '도시와 농어촌의 상생'을 지원하는 농어촌 유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학생 가족들의 귀촌·귀농으로 가기 위한 초기 발걸음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연친화적 생태교육환경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경험하는 새롭고 신나는 유학이다. 이미 일본은 60년 전부터 '산촌유학'이라는 명칭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농산어촌의 모든 초·중등학교는 교육시설과 교육과정, 방과후 프로그램 등이 있어 도시의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시키에 충분하다. 그중에서 자연환경은 최고의 장점이다. 그러나 농산어촌 유학에서 가장 고민거리이고 문제가 되는 것은 주택이다. 주택이 마련되지 않는 문제, 주택의 시설이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폐교는 마을의 소멸로 이어지기 때문에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 총동문회에서도 함께 힘을 보태야 하며 지자체의 인구 유입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온 학생의 가족들의 주거시설 마련이 돼아 한다. 농촌 빈집, 농촌체험마을, 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 하는 사업과 새롭게 신축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주거공간을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농산어촌 유학은 유학학교신청(농가·주택 확보)→대상학교 선정→유학생 모집→유학생 1차 면담(학교/농가/주택)→유학생 최종 배정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되며, 도교육청에서 유학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6개월 단위로 1년만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유학 가정에서 1년 후에 주거지를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농촌 유학을 선택한 학부모들은 자녀가 졸업할 때까지 농촌에서 성장하고 배우기를 바라지만 장기 유학 주택 지원비 지원이 시급해 충남도와 태안군의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미니 인터뷰 1] 삼둥이들의 농촌유학 일주일 소감
 
 삼둥이 첫째 이영은 어린이
ⓒ 신문웅
 
 삼둥이 둘째 이영권 어린이
ⓒ 신문웅
 
 삼둥이 셋째 이영준 어린이
ⓒ 신문웅
 
- 태안으로 이사 와서 보낸 일주일 어땠어?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이 생겼어요. 매연이 아닌 자연의 공기 속에서 솜 쉬어요." (영권)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고, 소리를 질러도 잔소리를 듣지 않아요. 햇살이 따뜻해요." (영준)
"줄넘기와 축구를 더 많이 할 수 있어요." (영은)

- 이원초등학교에 보낸 일주일은 어땠어?

"맛있는 급식을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요. 학교 주변에 산책로가 있어요. 모두 착해요." (영권)
"동아리 활동과 체험을 많이 할 수 있어요. 버스가 있어서 학교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요." (영은)
"방방이(트렘플린)와 놀이터가 있어 학교생활이 즐거워요. 친구들과 더 오랜 시간 함께(방과후, 돌봄교실) 있어 좋아요." (영준)
                  
[미니 인터뷰 2] 농촌 유학을 결정한 어머니 유아무개씨

- 농촌 유학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히 <도시맘은 농촌에서 어떻게 영재를 키웠나>라는 저자의 블로그를 알게 되면서 농촌의 작은 소학교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환경이구나'를 계속 생각해 왔다. 그러다 태안 이원초에서도 농촌유학을 처음 시행한다는 걸 알고 지원했다. 아이들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낸다는 걸 느꼈고, 이원초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 또한 체계적이어서 좋았다."

- 현재 여기 와서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나?

"전교생이 같이 어울리는 시간들이 많다 보니 그 안에서 서로 존중과 배려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전에는 아파트에 살아 집에서 걷는 것조차 조심하고 조금만 뛰어도 '뛰지 마', '큰소리 내지 마' 이런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태안에 와서는 엄마인 나도 잔소리가 줄고 아이들 또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맘껏 뛰어놀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 농촌 유학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도시와는 다르게 의식주 생활에 있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감안하다면 농촌 유학 생활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힐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정주할 주택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농촌 유학 주택을 도교육청, 마을, 지자체에서 함께 준비해준다면 더 많은 분들이 농촌 유학을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간 농촌유학에서 끝나지 않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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