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의대 증원 확정… 비수도권에 1639명, 서울은 '0명'(상보)
2000명 증원 세부안 발표… 지역편차 감안해 비수도권 집중
지역거점 국립대에 총정원 200명 수준 배정… 지역거점 육성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 총정원 100~130명으로 늘려 효율 제고
정부가 27년 만에 처음으로 의과대학 학생정원을 2000명 늘렸다. 의료여건 지역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증원분의 82%를 비수도권에 배정했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다. 같은 이유로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갖고 "교육여건과 지역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며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규모 그대로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꾸준히 의사를 길러야 한다"고 밝힌 한 총리는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여건은 충분히 수용가능하다. 현행 법령상 기준뿐 아니라 의학교육 평가인증원의 인증기준을 준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정부가 증원 규모를 줄여 전공의 등 의사단체들과 타협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한 사례까지 꺼낸 한 총리는 "그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되었을 것이며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세부 의대 정원 확대안에도 이같은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을 2000명 늘려 공식 발표하면서 27년 만에 의대 증원을 확정 지었다.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한 게 골자다.
우선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639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전체 증원분의 82%로,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 수준인데,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72.4% 수준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충북대 의대 정원이 151명 늘어 증원 폭이 가장 컸다. 이른바 '미니 의대' 정원은 최소 80명에서 200명까지 규모가 커진다. 서울 지역 의대는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빅 파이브' 병원에서 수련하는 비수도권 의대인 울산대(서울아산병원),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의대는 정원이 3배 늘어난다.
다만 정부는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경인 지역 의료여건 편차 극복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기준을 토대로 정원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역거점 국립 의과대학은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한편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과대학은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했다. 다른 비수도권 의과대학도 지역 의료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총정원을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충북대·경상국립대 외에도 지역거점국립대 의대 정원은 ▲제주대 100명 ▲전남대·전북대·충남대·부산대·경북대 200명 ▲강원대 132명으로 늘게 됐다. 정원이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들도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총정원 100명 이상이 될 수 있게 증원분을 배정했다. ▲아주대 40명→120명 ▲인하대 49명→120명 ▲가천대 40명→130명 ▲가톨릭관동대 49명→100명 ▲동국대 49명→120명 ▲대구가톨릭대 40명→80명 ▲차의과대 40명→80명 ▲동아대 49명 →100명 ▲제주대 40명→100명 ▲단국대 40명→120명 ▲건국대 40명→100명 ▲건양대 49명→100명 ▲을지대 40명→100명으로 규모가 커진다.
향후 교육부는 의대 정원 증원 이후 의학교육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유관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교원 확보, 시설·기자재 등 확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장관은 "이번 의대 정원 배정 확대는 의료개혁의 시작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직접 대학을 방문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단체와 전공의단체, 의대 교수들은 정부 발표에 맞춰 향후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연다. 의사들을 대표하는 3개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인 만큼 이들이 더욱 강력한 저항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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