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닷컴, 다르빗슈-한국 찐팬 풀 스토리 소개...슬라이더 그립 전수한 빅리거

안희수 2024. 3.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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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오른쪽)과 그의 팬 이광희씨. 다르빗슈는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이광희씨 SNS

MLB닷컴이 서울시리즈 출전을 위해 방한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일본인 우완 투수 다르빗슈 유(38)의 특별한 팬 서비스를 조명했다.

MLB닷컴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MLB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 2024'가 열리는 당일(20일) 다르빗슈와 한국인 팬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다르빗슈가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숙소에 가득한 취재진과 팬ㄷ들을 피해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주택가 커피숍을 향했다고 했다. 다르빗슈의 팬 이광희씨가 운영하는 커피숍이었다. 

MLB닷컴은 이광희씨를 직접 직접 인터뷰를 진행,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이광희씨는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고, 바쁜 점심시간이라 잠시 구석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여보, 여보, 우와'하고 외치더라.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가 (다르빗슈를 보고) 웃어버렸다"라고 전했다고. MLB닷컴은 당시 장면을 회상한 이광희씨의 스냅샷(snapshot)을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이광희씨는 2014년 다르빗슈의 팬이 됐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르빗슈의 글러브를 선물받기도 했다. 등판 경기를 보기 위해 두 차례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다르빗슈은 "우리는 오랫동안 친구였다. (한국에 방문한) 이번 기회에 그의 카페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아내와도 정말 좋은 커플이었다"라고 전했다. 

자신의 카페에 다르빗슈의 유니폼과 글러브를 전시한 이광희씨. 사진=MLB닷컴 캡처

이광희씨는 2014년 MLB 올스타전에 등판한 다르빗슈의 투구에 매료됐다. 특히 슬라이더를 좋아했다. 포수 없이 벽을 향해 공을 던지며, 다르빗슈처럼 슬라이더를 연습하기도 했다고. 

두 사람의 교류도 이 슬라이더로 시작됐다. SNS를 통해 이광희씨가 다르빗슈에게 직접 그립을 물어봤고, 다르빗슈는 중지를 활용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답장을 보냈다고.

2016년 어느날 다르빗슈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글러브가 생겼다는 글을 게재하자, 이광희씨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그렇게 다르빗슈가 글러브를 선물하게 됐다. 이광희씨는 택배가 자택으로 향해 놓여 있는 걸 바라지 않아, 수취 장소를 회사로 바꾸기도 했다고. 송장에 다르빗슈와 자신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는 걸 간직하기 위해 택배 상자를 뒤집어서 개봉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해 9월 이광희씨는 처음으로 다르빗슈를 보기 위해 그가 뛰고 있던 팀(텍사스 레인저스) 경기가 열리는 알링턴(글로브라이프 필드)으로 향했다. 눈앞에 우상이 있었지만,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는 다르빗슈를 방해할까 봐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다고. 이광희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지켜봤다"라고 돌아봤다. 

다르빗슈가 이광희씨에게 보낸 글러브 택배 상자. 사진=MLB닷컴 캡처
 
이광희씨는 2023년, 다르빗슈가 현 소속팀 샌디에이고의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기 위해 애리조나로 향하자, 다시 미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시기 다르빗슈는 일본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위해 캠프를 떠난 상태였다. 

그렇게 두 번이나 대면하지 못한 스타와 팬. 이광희씨는 서울시리즈를 통해 다르빗슈가 방한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커피숍 오픈 초기였기 때문에 서울시리즈 직관을 포기했다. 대신 '언제든 카페에 방문해 달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 SNS에 올렸다. 다르빗슈도 "만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고. 

이광희씨는 다르빗슈의 답장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우상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 믿음이 실현된 것을 만끽했다. 이광희씨는 "꿈보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라고 했다. 

다르빗슈는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이광희씨 아내를 가운데 두고 1시간 동안 자신의 팬과 교감했다. 이광희씨가 슬라이더를 던지는 모션을 보며 특별 과외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다르빗슈와의 만남을 돌아보는 이광희씨. 사진=MLB닷컴 캡처

부산 출신 이광희씨는 10년 동안 다녔던 건축사무소를 퇴사하고 지난 1월 아내와 가족 창업으로 카페를 오픈했다. 불확실성과 싸워야 했던 시간을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르빗슈와 만났다.

이광희씨는 "오래 알고 지난 사람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눠 감격스러웠다. 편안한 대화였다"라고 했다. 다시 다르빗슈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어에 그는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이기적인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다르빗슈는 나에게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줬다. 더 바랄 게 없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돈을 더 벌면 샌디에이고에 가서 경기를 볼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MLB닷컴은 자신들의 인터뷰가 끝난 뒤 한 고객이 들어와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 티켓을 선물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선발 투수가 바로 다르빗슈다. 이광희씨가 커피숍 문을 닫고 고척 스카이돔으로 향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이광희씨가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 티켓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이광희씨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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