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빈 외출영상 공개되자 또 음모론…대역설 조작설 난무

"DNA 검사해도 믿지 않을 것" 비판
일각에선 왕실 '비밀주의' 비판 여전…
"SNS 시대 발맞춘 홍보 필요" 지적도

지난 1월 복부 수술 후 자취를 감춰 위중설 등 음모론에 시달린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의 외출 사진이 공개됐으나, '대역배우', '사진 조작' 등 음모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한 사람이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사진이 담긴 신문을 집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은 왕세자빈을 둘러싼 음모론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은 지난 17일 왕세자빈이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거처인 윈저 애들레이드 코티지 인근에 있는 농가 상점을 방문한 사진과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대중이 찍은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에서 케이트 왕세자빈은 밝은 표정으로 윌리엄 왕세자와 함께 대화하며 걷고 있었다. 케이트 왕세자빈은 격식 없는 복장에 비교적 활기차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며 건강이 상당히 회복됐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매체는 "케이트를 둘러싼 거친 음모론이 확인되지 않은 채 퍼져나간 수주간의 온라인상 설왕설래를 끝낼 목적으로 이 영상을 발행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매체의 목적과는 달리 이 영상도 케이트를 둘러싼 음모론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상 속 인물이 진짜 케이트 왕세자빈이 아니라 프로 대역 배우가 연기한 '가짜 케이트'라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24시간이 지났을 무렵 영상 속 인물이 진짜 케이트 왕세자빈이 아니라 프로 대역 배우가 연기한 '가짜 케이트'라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에 대한 조회 수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1200만회, 틱톡에서는 1100만회에 달했다.

왕세자 부부가 쇼핑백을 들고 걷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인위적으로 수정됐거나 조작됐다는 근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도 이런 허위 주장을 담은 게시물들은 순식간에 공유돼 일파만파 퍼졌다. 마리아나 스프링 BBC SNS 담당 기자는 "틱톡과 엑스 등 SNS 업체들이 개인이나 사회에 심각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허위정보를 담은 내용의 게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SNS에서 활개 치고 있는 이런 음모론은 캐서린 왕세자빈의 가족과 지인뿐 아니라 공적인 신뢰도 훼손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건강을 회복하는 듯한 케이트 왕세자빈이 왕실의 발표처럼 부활절(3월 31일) 이후 공부에 복귀할 것을 기대하겠지만, 일각에서는 케이트가 "너무 건강해 보인다"라면서 대역설을 제기했다고 영국 매체는 짚었다. 심지어 음모론자들 중 일부는 농가 상점 외부를 꾸미고 있는 시골풍의 장식물을 두고 크리스마스에 찍힌 것이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잭 로이스턴 뉴스위크 왕실 담당 기자는 "왕세자빈이 DNA 검사를 해도 사람들은 그녀라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인터넷상의 음모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왕실이 인터넷 시대에 적합한 홍보 전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국 왕실이 1980~1990년대에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과 유명 인사들을 겨냥한 파파라치 문화의 폭발적인 확산에 적응해야 했던 것처럼, SNS 시대에는 새로운 홍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일리메일 역시 "케이트 왕세자빈의 고문들은 (음모론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정보를 통제한다면 왕실과 대중의 관계는 나쁘게 끝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왕실은 왕세자빈이 지난 1월 17일 예정된 복부 수술을 받고 약 2주간 입원한다고 발표하며 부활절(3월 31일)까지는 공식 업무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산 후에도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던 왕세자빈이 수술 후 근황을 공개하지 않자 '중병설' 등 각종 음모론이 퍼져나갔다. 이어 영국 육군이 올해 6월 초 군기 분열식에 왕세자빈이 참석한다고 게시했다가 이를 삭제하면서 소문을 키웠다. 이 때문에 왕세자빈은 지난 10일 부부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 계정에 '근황'이라며 세 자녀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사진 조작 논란이 불거져 주요 외신이 사진 발행을 취소해 논란은 커져만 갔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