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찾으러 왔다" 경찰서 온 男에 수갑…20억 사기꾼이었다
20억원대 사기를 친 지명수배범이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19일 페이스북 ‘서울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정보센터에 남성 A씨가 분실물을 찾으러 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는 경찰서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경찰이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섰다. 전날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A씨가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사이 한 경찰관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이어 식사하러 나갔던 경찰관들이 우르르 달려와 수갑을 채웠다.
알고 보니 A씨는 2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지명수배범이었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 일명 ‘투자 리딩방’(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피해자 50여 명을 상대로 ‘400%의 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29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서울 일대를 도주하다가 마포의 한 식당 앞에서 휴대폰과 지갑 등이 든 서류 가방을 분실했다.
경찰은 분실물을 살피다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가방에는 유심칩이 없는 휴대폰, 다른 사람 명의의 신용카드 여러 장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A씨는 가방을 찾아가라는 경찰의 연락에 ‘택배로 보내달라’며 방문을 피하기도 했다.
단순한 분실자가 아닌 범죄를 의심한 경찰은 조회 결과 A씨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곧바로 구속돼 전주지검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와 업체 관계자 2명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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