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타협 없다…한덕수 "2000명은 최소 숫자, 비수도권 집중 배정"
늘어나는 정원, 비수도권·미니의대 배정
우수 지역병원 육성…지역 장기근무 유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숫자'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늘어나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그제, 대통령님을 모시고 서울아산병원에 다녀왔다"며 "아산병원에서도, 서울대병원에서도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수십년간 모순이 누적된 의료 시스템 속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노력해오셨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시작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한 달을 채워가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차질 없이 유지하는 한편, 국민들께 약속드린 의료개혁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나가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의료개혁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한 총리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관련 타협은 없다는 취지다.
그는 빅5 병원 간호사가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음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돌아가시고, 대구의 10대 여학생은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졌지만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구급차에서 숨진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번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시작되기 전에도 우리 국민들은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치료 등으로 오랫동안 불편과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 변화와 사회 변화, 의학의 발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의사 인력 자체를 충원하는 작업 없이는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이고,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꼴찌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등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2035년에는 의사 1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는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고, 내년부터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현행 법령상 기준뿐 아니라, 의학교육 평가인증원의 인증기준도 준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규정상 의대교수 한 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은 교수 한 명당 학생 1.6명에 불과하다"며 "해외대학과 비교해보면 미국 의대는 한 학년이 평균 146명 규모이고,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인 반면, 우리는 77명이다. 2000명 증원해도 127명"이라고 말했다.
늘린 2000명, 비수도권·소규모 의대 집중 배정
한 총리는 "2000명의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나, 더 적은 규모로 타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의대 정원을 351명 감축하는 바람에 현재까지 6600명의 의사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혼란과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의대 별 정원 배분 결과는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는 "늘어나는 2000명의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하겠다"며 "또 신입생은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선발하겠다"고 했다.
또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해나가겠다"며 "국립대 교수 1000명 신규채용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도 신속히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의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우수한 지역병원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지역의 인재를 선발하고 지역의료기관에서 장기근무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다음달부터 가동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료개혁 목표를 이루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 의견을 모으고 누적된 모순을 풀어서 국민은 더 건강해지고 의료계는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병원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교실을 비운 의대생들도 하루 빨리 환자와 학교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교수들에게는 "의사는 의대를 졸업할 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서약한다"며 "제자들이 이러한 서약을 지킬 수 있도록 환자 곁으로 다시 불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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