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동석에 범죄경력 조회까지…학폭 업무 늘어난 학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이번 달 도입된 후 학교 현장 곳곳에서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신규 채용된 조사관의 성범죄‧아동학대 경력 조회부터 면담 일정 조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조사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지원청들은 각 학교에 학폭 조사관들의 범죄 전력 조회 동의서를 제공했다. 배정된 학폭 조사관들의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관련범죄 전력 조회’를 각 학교에서 진행하란 의미다.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는 취업제한 기간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종사할 수 없다. 학교에 누군가를 새롭게 채용하면 범죄 전력 조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학폭 조사관의 범죄 전력 조회까지 하는 건 교사를 학교폭력 업무에서 배제하고자 한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조사관 위촉 주제인 교육지원청이 일괄 범죄 전력 조회를 하지 않고 동의서까지 제공하며 학교에 하도록 한 것은 학교 업무 부담 문제뿐만 아니라 타당하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현장 교사들은 업무 부담을 토로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사관 조사 일정 조율 등도 빠듯한 상황에서 학교에서 범죄 전력 조회까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학폭 조사관의 범죄 전력 조회를 교육청에서 일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교총은 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 조사관 범죄 전력 조회를 담당하도록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18일 교육청에 요청했다. 교총은 “학폭 전담조사관제는 교원이 학폭 업무에서 벗어나 학생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는데 근본 취지가 있다”라며 “조사관 범죄 전력 조회 업무가 학교에 부과되지 않도록 아동복지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있어도 활용 어려운 학폭 조사관
학교폭력 조사관이 배정됐지만, 여전히 교사들이 학폭 조사에 동석해야 한다는 방침이 나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9개 교육청 중 제주교육청을 제외한 서울, 대구, 인천, 광주, 울산, 경북, 전북, 충북 등 8개 교육청은 교사 동석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동석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밝혔고, 이외 교육청들은 “학교장 필요 판단 시 동석”이라고 전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가 학폭 조사에 동석한다는 건 함께 조사에 임한다는 의미”라며 “학부모가 불리하게 조사됐다고 판단하면,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조사관 면담 시간이 학교 수업 시간과 겹치는 등 일정 조정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현장 교사들에 따르면 학폭 조사관 면담 일정을 잡으려고 해도 조사관이 특정 시간이나 요일을 못 박아두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면담을 요청해도 일정에 맞는 조사관이 없으면, 학교에서 학부모와 직접 예민한 학폭 문제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학교폭력 조사관이 배정됐음에도 학교 내 학폭 업무 분담을 두고 갈등의 여지만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육부는 조사관 조사 시 교원 협력 방법을 학교장이 판단하도록 했지만, 이는 심각한 업무 갈등 발생 여지를 남긴 것”이라 꼬집었다. 이어 “현장 교사들은 조사관 인력 관리를 위한 업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일부 지역은 현장 교원 중에서 학폭 조사관 채용을 시도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교사들은 학폭 조사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노동조합 연맹이 지난달 20~22일 교사 1만43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5.0%가 ‘현행 ’학교폭력예방법‘하에서는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교육청으로 완전 이관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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