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찾아오는 쪽방촌... 우리를 병풍 삼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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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 어렸을 때 다들 불러보셨죠? 제가 특별히 '두꺼비 사랑'이 남다른 것도 아닌데, 이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애타게 이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이 이야기 속 '두꺼비 집'처럼, '헌 집', '쪽방'에 살던 많은 주민의 희생이 따르고 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를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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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설]
▲ 3월 19일 거리 쪽방 홈리스 주거권 요구 기자회견 |
ⓒ 참여연대 |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 어렸을 때 다들 불러보셨죠? 제가 특별히 '두꺼비 사랑'이 남다른 것도 아닌데, 이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애타게 이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습니다. 왜 이 노래를 했는지는 아시나요? 도대체, 사람 살기에 적합하지 않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 쪽방을 언제 새집,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어 줄 겁니까?
알을 품은 두꺼비가 독사를 만나 싸우다가 잡아먹히면 죽기 전에 뱃속에서 독을 쏘아 독사도 죽게 만든답니다. 그러면 두꺼비 알들이 두꺼비 어미와 독사를 먹이 삼아 튼튼히 자란다고 합니다.
마치 이 이야기 속 '두꺼비 집'처럼, '헌 집', '쪽방'에 살던 많은 주민의 희생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새 집', 공공임대주택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속히 지어지지 않으면, 헌 집, 쪽방에 사는 주민들은 다 죽고, 다 떠나게 생겼습니다. 이게 말장난, 거짓말이 아닙니다.
2021년 2월 5일, 정부에서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이래로, 지금까지 88명의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 위독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주민들도 있습니다. 3년간 동자동을 아예 떠나 서울의 다른 동네로, 심지어 저 멀리 지방으로 이사 나간 주민들도 있습니다. 동자동에 살다 이사 가서 거기서 돌아가신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언제 개발이 되냐? 되긴 되는 거냐?"
동자동 주민들이 자주 묻는 말입니다. 동자동 주민들은 사실, 기다리는 게 일인 사람들입니다. 잘 기다립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누추하고 작은 방에 누구라도 찾아오나 사람을 기다립니다. 행정관서에 뭘 신청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 차례와 의사를 기다립니다. 쪽방상담소 온기창고에서 물건 타려고 줄 서서 기다립니다. 그래도 그건 몇 달, 며칠, 몇 시간이죠.
▲ 3월 19일 거리 쪽방 홈리스 주거권 요구 기자회견 |
ⓒ 참여연대 |
3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꿈쩍도 안 하고 있으니 동자동 주민은 분노합니다. 평온한 주민들 마음 들뜨게 해놓고, 말 없는 정부의 모습이, 또 말로만 공약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한심합니다. 다 그만두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하루 속히 시행하십시오. 약자들을 병으로 쓰러지게 하지 말고 좋은 환경에서, 깨끗한 새집에서 맘 놓고 살 수 있게 빨리 지구지정 하십시오.
정부는, 이번 총선에 나오는 후보들, 정치권은 자기들 필요할 때만, 이런 선거 있을 때만 쪽방에 찾아옵니다. 자기들 얘기만 하고, 사진 찍으러 올 거면 차라리 오지 마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병풍 삼지 말고, 주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다른 것 필요 없습니다.
우리 동자동 주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다고 이뤄질 수 없는 게 공공주택사업이구나, 우리의 주거권은 우리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져서 기분 좋게 입주하는 그 날까지 계속 목소리 낼 것입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를 계속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차재설씨는 동자동 쪽방 주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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