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국방부 장관에게 이첩 권한 없다면 왜 결재 받은 건가요?"

MBC노동조합(제3노조), 20일 성명 발표

지난해 11월 22일MBC노동조합(제3노조)은 상암동MBC본사 주변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MBC노동조합(제3노조)

모 언론에 나온 박정훈 대령측의 반론에 대해 저희는 여전히 여러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박정훈 대령측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주의의무 위반 사례를 몇가지 더 언급하면서 업무상과실치사가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둑 아래로 내려가 바둑판식 수색을 해라” “필요하면 찔러봐라” “가슴 장화 신어라” 라고 지시를 한 수사기록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입수해서 수색하라”는 지시는 없었습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이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였다고 항변하면 반박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지시로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군 내 징계는 받아야 할 사항으로 보입니다.

◆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 사망사고 인지하면 수사권을 민간 경찰에 이첩하도록 규정

박 대령측은 또, 1사단장의 과실과 채 상병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이 기본적으로 담당 군사법경찰관에게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만 이 부분도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이후 기소 전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원칙에서 벗어난 업무수행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추행 사건 이후 숨진 이예람 중사에 대한 사건 처리과정에서 군사경찰은 가해자인 장 모 중사와의 분리 원칙 미실시, 불구속 수사, 압수수색 최소화, 강제추행치상 대신 강제추행 혐의로 의율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수사 초기부터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도록 군사법원법을 2022년도에 개정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훈 대령은 수사를 거의 마무리하여 의율할 때까지 경찰에 이첩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해 개정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경찰 직무법에 따르면 2조에 직무수행의 원칙으로 군사경찰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구명조끼 없이 입수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지한 순간에 수사권을 넘겨야 마땅합니다.

MBC본사 주변에 걸려 있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퇴진 요구 현수막.ⓒMBC노동조합(제3노조)

◆ 내사보고서 이첩 결정권이 없는 국방부 장관에게 왜 결재 받았나요?

또 박 대령 측 주장에 따르면 군사경찰 직무법 시행령에 수사에 대해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되어있다고 하는데 군사경찰 직무법 시행령의 조항은 소속 부대장이 군사경찰의 수사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 전체를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은 부대장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박대령측 주장이 옳다고 한다면 박대령은 왜 수사보고서를 국방부 장관에게 결재 받은 건가요? 책임은 안 지고, 권한은 다 행사하겠다는 뜻인가요?

애초에 이 사건의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었고 마음대로 강제수사를 하거나 수사방향을 틀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내사보고서의 성격에 법적 정당성이 부여되기 어렵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내사보고서를 이첩하는데 있어서 군 전체를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의 통제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군형법을 일반 형법과 다르게 체계를 잡은 것은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군의 재량권을 넓혀주려고 한 취지 아닐까요?

군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조직이고 전쟁이 일어나면 국민의 목숨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러한 체계를 완전히 허물어뜨린다면 누가 유사시에 총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군 내 인권도 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에 따라 사망사고와 성범죄 사건은 민간 경찰이 초동 수사부터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런 복잡한 사안들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2024.3.20.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