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까지... 최대 위기에 빠진 오재원
[이준목 기자]
▲ 전 야구 국가대표 오재원,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 국가대표를 지낸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대 경찰 야구단 연습경기에 참가한 오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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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오재원이 마약투약 혐의로 전격 체포되며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들은 오재원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재원은 지난 10일 함께 있던 여성의 신고로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오재원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오재원의 마약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보, 체포영장을 발부하여 오재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만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강한 처벌은 불가피하고 야구계에도 파장이 클 전망이다.
오재원은 유난히 독특한 캐릭터와 야구인생으로 한국야구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야탑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9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되어 프로에 진출했고, 2022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두산에서만 16시즌을 활약하며 주장까지 역임한 '원클럽맨'이다.
정상급 수비와 주루능력, 여기에 투지 넘치는 허슬플레이까지 겸비하여 2010년대 두산 베어스를 대표하는 내야진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왕조 시절의 전성기 두산이 달성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의 우승을 모두 함께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WSBC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에 기여했다. 오재원의 프로 1군 통산 서적은 총 1570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였다.
그런데 오재원만큼 세간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사례도 국내 야구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야구선수로서의 업적이나 위상은 '레전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만, 잦은 기행과 비매너플레이,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야구계 대표 '빌런(Villain, 악당)', '구설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선수가 바로 오재원이었다.
선수 시절의 오재원은 승부에서 어떻게든 이길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인 훔치기 논란, 수비방해, 비공인 배트 사용 등 각종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로 악명이 높았다.
자연히 상대 팀-선수들과의 충돌도 잦았다. 2015년 당시 NC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 키움 히어로즈의 서건창과 각각 신경전을 벌여서 양팀의 벤치클리어링까지 유발한 일화는 유명하다. 경기중에 습관적으로 욕설을 한다고해서 '오식빵'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0년 LG전에서는 대타 투입을 지시받고도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경기를 지연시키는 해프닝을 일으켜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류중일-염경엽-김기태 감독 등 다른 팀 선수에 대한 언급을 되도록 자제하는 상대팀 감독들조차 오재원의 행동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구설이 반복되면서 오재원은 두산팬들을 제외한 상대팀에게는 한동안 밉상 또는 '극혐'의 이미지로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오재원도 한때 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 2015년 프리미어 12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오재원은 대회 준결승 일본전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서서 선두타자 안타를 뽑아나며 대역전극의 선봉장이 됐다. 0-3로 끌려가던 한국 대표팀은 오재원의 출루로 시작하여 4-3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고, 결승에서는 미국을 꺾고 초대우승까지 차지했다.
특히 한일전에서 역전에 성공한 직후 같은 이닝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만루 상황에서 풀스윙으로 큼지막한 장타를 쏘아올리고는 홈런을 직감한 듯 멋진 배트플립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타구는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지만, 당시 오재원의 쇼맨십은 한일 야구팬들에게 다른 의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두고두고 각인됐다.
특히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상대팀일 때는 그렇게 얄밉더니, 우리 편으로 보니까 든든하다"며 오재원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일전의 활약을 기념하며 한동안 '오열사' 혹은 애증의 의미가 동시에 담긴 '우리혐(우리형+극혐)'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프리미어12를 전후하여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프로야구에서의 미담들도 재조명되면서 오재원의 이미지는 많이 반등했다. 경기장에서의 거친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팬서비스'에 대한 호평, 2014년 '벌투' 의혹을 일으켰던 송창식(당시 한화)에 일부러 삼진을 당해준 매너 스윙 일화 등은 오재원의 대표적인 미담들로 꼽힌다. 선수생활 말년에는 상대와의 충돌이나 비매너 플레이에 대한 논란도 많이 줄어들면서, 오재원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레전드로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었다.
은퇴 이후 추락한 오재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재원의 진짜 추락은 오히려 은퇴 이후부터 시작됐다. 오재원은 은퇴 후 2023년 야구중계 방송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불과 반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무수한 설화를 일으키며 논란에 휩싸였다. 선수시절 갈등이 있었던 대선배 박찬호, 후배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현 군복무중)에 대하여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운 비난과 폄하성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방송중계 도중 장차 NC 다이노스 입단을 꿈꾸는 야구 꿈나무를 향해 오재원은 "인생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두산이나 LG 트윈스 등 서울 쪽으로 올라갔으면 한다"는 망언으로 지역차별-구단 비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한 경기중 프로구단들의 절대 보안사항인 사인을 분석하고 무단으로 공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계속되자 오재원은 결국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해설위원직을 사퇴했다. 사실상의 방송계 퇴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재원은 공식적인 직책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개인 SNS로 돌발적인 언행들을 멈추지 않았다. 오재원은 라이브방송에서 군복무중이던 양창섭을 향하여 욕설이 섞인 막말과 손가락 욕을 날리는가하면, 두산 시절 은사인 김태형 감독(현 롯데)에게는 "우승시켜준 선수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오재원이 선수시절 야구계에서 그토록 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어도 경기장 밖에서의 언행이나 사생활에서는 큰 문제에 휘말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역 시절 오재원처럼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선수들도 은퇴 후에는 방송이나 지도자 활동 등을 통하여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인 매력들이 재조명되며 이미지가 개선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오재원은 오히려 정반대로 은퇴후 연이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하여 자신의 이미지와 그나마 선수생활 쌓아둔 명예마저 모두 날려버리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현역 시절에는 승부욕과 투쟁심으로 미화해주던 소수의 팬들도 오재원에 등을 돌렸다. 모든 것은 오재원 본인의 자업자득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마약 혐의는 이제껏 오재원이 일으킨 구설수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야구와 관계된 논란도 아니고, 그저 개인의 생각이나 입장차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설화 수준도 넘어선, 명백한 '범죄이자 반사회적인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아직 모든 혐의가 확실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사실로 밝혀진다면 오재원은 범법자라는 낙인과 함께 야구계에서도 그간의 명예를 모두 날리고 영구 퇴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안 자체만으로 워낙 심각하기도 하지만, 하필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오재원이기에 대중의 여론도 더욱 싸늘하다.
또한 오재원이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마약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은, 야구계로서도 향후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민감한 상황이다. 2024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KBO리그로서는 또다시 야구인의 도덕성과 범범행위에 관련된 리스크가 터진다는 것은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인생 최대의 벼랑 끝에 몰린 오재원은 '마지막 명예'만큼은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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