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도시가스배관 확인 없이 굴착공사' 도급 준 포스코이앤씨 유죄 확정
굴착공사를 하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땅속에 도시가스배관이 묻혀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경우 직접 공사를 담당한 수급인뿐만 아니라 공사를 맡기고 현장을 관리한 도급인도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도시가스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에 벌금 700만원을, 포스코이앤씨 직원 김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직접 굴착 작업을 수행한 지반조사업체 S사와 소속 직원 권모씨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 김씨가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 8호에서 정한 '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의 확인요청을 하지 않고 굴착공사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봐, 피고인 포스코이앤씨와 김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라며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도시가스사업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김씨와 권씨는 2019년 9월 포항 부생가스 복합 발전설비 신설 프로젝트 지반조사를 위해 굴착공사를 하면서 매설 상황을 한국가스안전공사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에 확인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굴착공사에는 포스코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포스코이앤씨가 하도급인, 포스코이앤씨로부터 공사를 다시 도급받은 S사가 하수급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두 회사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3(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 확인) 1항은 '도시가스사업이 허가된 지역에서 굴착공사를 하려는 자는 굴착공사를 하기 전에 해당 지역을 공급권역으로 하는 도시가스사업자가 해당 토지의 지하에 도시가스배관이 묻혀 있는지에 관하여 확인하여 줄 것을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보지원센터에 요청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같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굴착공사를 한 경우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벌칙) 8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벌칙) 8호는 '제30조의3 1항에 따른 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의 확인요청을 하지 아니하고 굴착공사를 한 자 또는 도시가스사업자 외의 가스공급시설설치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3조의3(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등이 제50조에 따라 처벌되는 경우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3 1항의 '굴착공사를 하려는 자'에 하도급인도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하도급인 포스코이앤씨는 '굴착공사를 하려는 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직접 공사를 담당한 S사 직원 권씨에게 벌금 500만원, S사에 벌금 900만원을 선고하고,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직원 김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 8호에서 정한 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의 확인요청을 하지 아니하고 '굴착공사를 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굴착공사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법령에 쓰인 용어에 대해 특별히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 사전적인 정의에 따라 해석해야 하는데 국어학적 의미에서 '굴착'은 땅이나 암석을 파는 행위이기 때문에, '굴착공사를 한 자'는 굴착공사 시공에 직접 개입한 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실제 굴착공사를 한 자인 하수급인 외에 하도급인을 처벌하는 것은 민사계약에 따른 책임을 형사법에 적용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법원은 포스코이앤씨와 직원 김씨도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3 1항의 '굴착공사를 하려는 자'에 포함된다고 판단,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포스코이앤씨에 벌금 700만원,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직접 굴착공사를 한 S사와 권씨에 대한 벌금액은 각각 1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포스코이앤씨는 피고인 S사에게 이 사건 굴착공사를 위탁한 하도급인으로서 피고인 S사의 작업을 지시·감독하는 등 이 사건 굴착공사에 관한 업무 전반을 관리했음이 인정되는데, 이에 따르면 피고인 김씨는 피고인 포스코이앤씨의 공사현장 담당자로서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3 1항에 따라 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의 확인요청 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굴착공사를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 8호에 따른 처벌 대상에 해당하고, 피고인 포스코이앤씨는 양벌규정인 같은 법 제53조의3에 따른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도시가스사업법의 입법 내용 및 그 취지 등에 비춰 보면,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 8호에 따른 처벌 대상에는 실제 굴착공사를 한 자뿐만 아니라, 하수급인의 업무에 관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는 등 해당 굴착공사에 관한 업무 전반을 관리한 하도급인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한 점 ▲한국가스공사가 작성한 사고조사서에 의하면 피고인 S사는 피고인 포스코이앤씨로부터 공사 부지에 매설된 도시가스배관 도면을 전달받았음이 인정되는데, 이처럼 포스코이앤씨가 S사에 도시가스배관 도면을 전달했던 것은 포스코이앤씨도 도시가스사업법 제30조의3 1항에 따른 도시가스배관 매설상황 확인요청 의무를 부담하는 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봄이 상당한 점 ▲포스코이앤씨 직원 김씨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본사 설계팀이 굴착공사 지점 등을 지정 및 수정해 관련 내용을 피고인 S사 측에 전달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피고인 권씨와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굴착공사 현장에 직접 입회해 피고인 권씨와 굴착공사 위치 등에 대해 협의하고 해당 업무에 관한 안전관리 등을 지시했음이 인정되는 점 등을 들었다.
포스코이앤씨 등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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