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포스코 수난사 끊어내자

오현길 2024. 3. 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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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퇴임했다.

포스코그룹에서 처음으로 임기를 완주한 최고경영자(CEO). 41년간 '포스코맨'으로 근무한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그들의 여론이 포스코의 여론이다.

오는 21일 열리는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큰 이변이 없다면 새로운 회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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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퇴임했다. 포스코그룹에서 처음으로 임기를 완주한 최고경영자(CEO). 41년간 '포스코맨'으로 근무한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취임했는데, 당시 후보 경쟁 과정에서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초·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우세한 입지를 굳혔었다. 포스코 사장이던 장인화·오인환도 '권오준 라인'으로 주목받으며 대항마로 꼽혔다. 외부인사 중에서는 모 고위 관료가 강력하게 밀고 있다는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모두 최종 1인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 사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서울대를 나오지도 않고, 금속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엔지니어 최 회장이 최종 후보에 오르자 세간의 평가는 이랬다. "정치권으로부터 외압을 끊고, 전임 회장들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며, 서울대 금속공학과로 대변되는 특정 서열문화 등에서 자유로운 최종 후보가 낙점됐다"고.

정권이 바뀌자 최 회장은 어느새 '전 정부 사람'으로 불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해외순방에 동행하지 못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지역 여론까지 적으로 돌리게 됐다. 정권 초기부터 용산에서 최 회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을 정도다.

지난 옛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포스코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보면 소유분산기업이 가진 문제점이 명확하다.

소유분산기업들은 대부분 철강이나 통신, 담배 등 독점적인 분야에서 성장하면서 그룹 내부에 순혈주의가 팽배한다. 외부와 경쟁이 심하지 않고 견제도 받지 않다 보니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포스코를 예로 들면 직원 가운데 철강 부문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그들의 여론이 포스코의 여론이다. 새롭게 진출한 신사업에 견줘 임금·대우 등을 비교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만들어지면, 이는 곧 다수의 의견이 된다.

장기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다 보니 내부는 물론 협력사와의 결속력도 높다. 납품 거래가 달려있기에 협력사끼리 공공연히 로비전을 펼치며 회사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단체나 정치권 입김도 회장 교체 시기마다 '복마전'이 되풀이되는 이유로 꼽힌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역사회로부터 신임을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정비 자회사 출범이었다"며 "협력사나 지역사회는 자신들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CEO가 취임해서 강력하게 내부를 혁신해도, 막강한 권한 쥔 CEO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경영진을 견제, 감시하는 외부 출신으로 사외이사도 '참호 구축'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EO와 사외이사들이 결탁해 참호를 파고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초호화 해외 출장 의혹은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공정성까지 흔들었다.

오는 21일 열리는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큰 이변이 없다면 새로운 회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소유분산기업은 주인이 없다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서 더 이상 '흔들기'에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되풀이되는 수난사를 이제는 끊어낼 때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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