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본은 놀기, 뱃놀이가 명품인 섬에 갔습니다

문운주 2024. 3.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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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올레 01-1코스] 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섬 속의 섬 우도

[문운주 기자]

▲ 우도 종달리에서 본 우도 모습
ⓒ 문운주
 
2월에 이어 두 번째 제주올레 걷기 여행에 나섰다. 3일 동안 세 코스 완주 계획이다. 첫날은 '01-1 코스 우도올레' 걷기다. 우도올레는 총길이가 13.3km로 4~5시간 소요된다. 제주 여행 시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섬, 섬 속의 섬 우도를 여행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 또는 쉐섬으로 불렸다. 넓고 비옥한 땅, 풍부한 어장, 우도팔경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관광지로써 수많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부속섬이다. 
               
▲ 갈매기 우도의 명풍으로 자리잡은 갈매기와의 교감 놀이
ⓒ 문운주
     
▲ 갈매기와 교감 놀이 우도행 선상에서 갈매기와 교감 놀이는 제주 여행의 별미다.
ⓒ 문운주
 
"우와~"

풍경에 감탄을 연발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우도로 향했다. 3월 8일 12시, 성산-우도 선상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외국인들도 보인다. 공항버스를 같이 탔던 친구들이다. 자유여행인 듯했다. 갈매기들이 관광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우도 선상에서 갈매기와의 교감놀이는 우도 여행의 워밍업이다. 머리 위에 바람을 가르며 갈매기 떼들이 따라온다. 먹이를 낚아채는 솜씨가 예술이다. 함성과 바람소리,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한데 뒤섞인다. 갈매기가 한 관광객 손가락을 덥석 문다. 초보인가 보다.

여행의 기본은 놀기, 유람이다. 젊은이들처럼 함성을 질러 본다. 바람을 거슬리느라 지치기도 하련만 갈매기는 손님맞이에 피곤한 줄 모른다. 하얀 거품을 뿜고 힘겹게 달리는 선상에서의 뱃놀이가 명품이다. 갈매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춤추게 한다.
           
▲ 밭담 우도의 검은 돌로 쌓은 밭담
ⓒ 문운주
 
오후 12시 20분, 하우 목동항에 도착했다. 삼륜 전기차, 전기스쿠터, 전기자전거들이 늘어서 있다. 우도의 명품 교통수단이다. 자전가나 전동기를 타는 뒷모습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젊은이(MZ 세대)들이  즐겨 찾는 이유를 알만하다.

해안길을 따라 쪽빛 바다가 절경이다. 푸르다 못해 검기까지 한 바다에 검은 돌인 현무암이 잠겼다가 나타나고, 다시 잠긴다. 사실 눈여겨볼 것은 밭담이다. 올레는 잠시 맛보기로 바다를 보여주고, 푸르디푸른 청보리가 자라고 있는 밭담 길로 이어진다.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밭을 일굴 때 수없이 묻혀 있는 돌들을 처분할 길이 없어 밭담을 쌓지 않았을까 싶다. 밭담은 이곳 주민들의 피와 땀이다. 윗대 선조들이 남겨놓은 문화유산이다. 제주도만의 독특한  다목적 돌문화다. 

검은 밭담 길을 이리저리 걷는다. 담너머에는 청보리가 푸르디푸르고, 길 가에는 군데군데 유채꽃이 노랗게 피었다. 시골 내음에 흠뻑 젖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하고수동 방사탑'에 이르렀다. 방사탑은 마을의 재앙과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액을 막기 위해 세웠다. 보존해야 하는 우리의 민속문화다.
 
▲ 비양도 우도에 딸린 섬. 육로로 연결됨
ⓒ 문운주
 
다시 해안길이다. 하고수동 해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비양도로 향한다. 우도에서 육로로 연결된 비양도는 캠핑장이 조성되어 백패킹이나 캠핑을 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게 부는 탓인지 텐트 하나만 눈에 띈다.

비양도 해녀의 집 해변에는 벌집처럼 구멍 뚫린 현무암이 깔려있다. 암석을 들여다본다. 자연이 만든 천연 작품이다. 그 경이로움에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손이 시릴 정도로 바람이 차다. 비양도 망대에 올랐다. 멀리 우도봉이 눈에 들어온다. 

발길을 돌려 입구 카페에 들렀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 준다. 오후 2시인데 내가 첫 손님이라고 한다. 이곳의 특산물인 땅콩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따뜻한 커피까지 함께 준다. 바람이 부는 날이 많고 배가 끊기기도 해 유배를 온 것 같다고 푸념이다. 바다 풍광이 명품인데...
 
▲ 우도 등대 등대 홍보관을 갖추고 있다. 등대의 역사, 아름다운 등대 등을 소개
ⓒ 문운주
 
우도 등대에 오르니 알오름에서부터 지미봉, 겹겹이 쌓인 오름들이 아스라이 보인다. 용눈이 오름, 손지오름, 다랑쉬오름, 낭끼오름 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다가온다. 제주도에 360여 개나 된다는 오름. 오름이 있어 사람들이 오르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한다.

한편 홍보관에서는 등대에 관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아름다운 등대 등 항해를 할 때나 고기잡이 어선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등대다. 이곳 우도 등대처럼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1903년 팔미도 등대가 불을 밝힌 후, 최 동단 독도등대. 최남단 마라도 등대. 서해의 최북단 소청도등대 등 수많은 등대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등대 공원에는 국내외 유명한 등대 모형 14점을 전시되어 있다.

등대공원을 거쳐 소머리 오름으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산 능선을 따라 늘어선 울타리가 시선을 끈다. 아래로는 검푸른 바다다. 영화 화엄경 촬영지인 이곳에서 다시 바다 풍광에 흠뻑 젖는다. 

1일 차 걷기 여행 '01-1 우도올레'를 완주했다. 갈매기와 교감놀이, 밭담 길 걷기, 비양도 및 등대 공원 탐방 등 짜릿한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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