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모자의 난' 한미약품…주총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 의견도 제각각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여부를 결정지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가 오는 28일 열린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내에서 모녀(송영숙·임주현)와 형제(임종윤·종훈)간 정면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도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판세는 한층 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전날 이번 주총에 상정된 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모녀 측이 제시한 6명에 대해서는 전원 찬성, 형제 측이 제시한 5명에 대해서는 전원 반대를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내 의결권 기준원인 한국ESG기준원(KCGS)은 형제 측이 추천한 5명에 대해서는 전원 찬성, 모녀 측 6명은 전원 '불행사'를 권고했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모녀 측은 6명 중 3명, 형제 측은 5명 중 2명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주총의 이사 선임 대결에서 승리하는 쪽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다. 형제 측이 이긴다면 앞선 통합 결정을 뒤집을 수 있게 되고, 모녀 측이 이사회 우위를 유지한다면 통합은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과 더불어 통합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상 모녀 측이 우위를 점했다. 모녀 측은 35.0%, 형제 측은 28.4%의 지분을 보유했다. 다만 형제 측은 송 회장이 특별관계 지분으로 공시한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의 지분은 고 임성기 창업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은 것인 만큼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과 국민연금공단(7.09%), 그리고 소액주주 등의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최대로 선임 가능한 이사는 10명이다. 현재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유철·김유철·곽태선 사외이사 등 총 4명의 이사가 있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없어 최대 6석이 공석이다. 형제 측은 본인 2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권규찬 DXVX 대표를 비상무이사로,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와 사봉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총 5명에 대한 주주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반면 모녀 측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을 비상무이사로,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서정모 모나스랩 대표·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로 하는 총 6명의 선임 안건을 제시했다. 공석은 6석인데 후보자는 11명에 달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 중 의결권 중 과반을 득표한 이사 후보자가 6명을 넘어설 경우 다득표순으로 1~6위가 선임된다.
눈에 띄는 건 ISS다.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내놨다. ISS는 세계 투자자의 70% 이상이 참고한다고 알려진 자문사다. 모녀 측이 추천한 이사 중에서는 이우현 회장과 박경진·김하일 교수 3명에 대해서만 찬성하고, 형제 측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서는 임종윤 사장과 사봉관 변호사 2명만 찬성했다. 임주현 사장과 최인영 센터장, 그리고 임종훈 사장과 권규찬 대표 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기준으로는 송 회장과 임종윤 사장 1명씩만 이사회에 진입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서 ISS가 OCI홀딩스가 정기 주총에 상정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중 임주현 사장과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 등에 대해 모두 찬성한 것과는 변화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다만 ISS가 찬성한 기준으로 이사회가 선임될 경우 기존의 한미사이언스 이사 4명이 모녀 측으로 분류되는 만큼 여전히 모녀 측이 이사회 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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