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장 지키는 파수꾼…감시종합시스템으로 잡는다"[주가조작과의 전쟁]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
매매 관련 시스템 고도화
일본에는 우리나라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회와 꼭 닮은 일본 거래소그룹의 자율규제법인(JPX-R)이 존재한다. 시장과 근접한 거리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면서도 거래소로부터 독립해 실제 업무를 수행한다.
일본 거래소그룹(JPX) 소속의 와가츠마 아이라 홍보담당 선임 매니저는 18일 아시아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JPX-R는 시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며 거래소로부터 독립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며 "최상위 의사 결정 기구는 이사회로 과반수가 외부 이사로 구성돼 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독립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현재 JPX-R에는 2023년 3월 말 기준 총 192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직원들은 △상장을 희망하는 기업의 자격을 심사하는 상장심사와 상장 기업의 정보 공개 및 기업 행동을 확인하는 상장관리 △증권사 등 거래 참여자의 업무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사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거래심사 등 3가지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아이라 선임 매니저는 "JPX-R의 조직 및 업무 수행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며, 시장 운영의 효율성과 편리성 및 자본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모두 유지하는 우수한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을 위한 거래심사 단계에서는 두 단계로 세분화해 진행한다. 초기 심사 격인 '조사'와 보다 자세한 분석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진행하는 '심사'다. 거래심사 결과는 모두 증권거래감시위원회(SESC)에 보고된다. 2023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간 조사 건수는 2877건, 심사 건수는 116건으로 집계됐다. 심사 건수 중 내부자거래가 94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주가조작은 22건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조사 건수는 2830건, 심사 건수는 157건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거래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매매 심사 관련 시스템은 고도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게 초단타매매(HFT)다. 내부자거래나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탐지 과정에서도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하는 빈도가 늘었다. 아이라 선임 매니저는 "HFT 등 새로운 거래 형태가 늘고 이에 따라 매매 주문량의 급증하면서 매매 심사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2016년 4월부터 JPX 산하의 도쿄증권거래소와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현물 매매 심사 업무 도입 검증에 착수했고, 2018년 3월부터 심사 업무에 적용해왔다"고 설명했다.
JPX-R는 일본 기시다 내각의 '그랜드 디자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장감시를 위한 종합시스템도 올 초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아이라 선임 매니저는 "알고리즘 거래와 HFT의 확대를 비롯한 금융 거래에서의 기술 혁신은 앞으로 더욱 진전되고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거래 방식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계속해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 주가조작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부당이득 합계 7305억원)의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2023년 4월24일)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에 실효성 있는 피해자 방안은 없습니다. 소송밖에는 답이 없으나 비용 부담과 피해입증 어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라덕연 게이트'로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의미가 크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 특별취재팀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살펴보고, 증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 시장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봅니다. 또한 지능적·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자본 시장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황윤주 차민영 김대현 기자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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