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이 왜 이래?” 보험업계, 최대 실적에도 주주 환원 저조

김진욱 2024. 3.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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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보험업계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주주 환원책을 내놓으며 주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의 배당 성향 감소가 특히 두드러진다.

금융 당국도 보험업계에 배당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예실차를 비롯해 IFRS17 도입으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보다 재무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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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보험업계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주주 환원책을 내놓으며 주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해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는 은행권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여러 곳이 호실적을 냈지만 배당 성향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곳이 많다. 배당 성향은 기업이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등으로 지출한 총액의 비율을 나타낸다. 손해보험업계의 배당 성향 감소가 특히 두드러진다. 우선 삼성화재는 2023년 순이익이 1조8220억원을 기록해 전년(1조2800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었는데도 배당 성향은 45.8%에서 37.3%로 9%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현대해상도 순이익이 2022년 5750억원에서 지난해 608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배당 성향은 0.2%(26.8→26.6%) 하락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순이익 증가 폭이 7660억원(9830억→1조7490억원)으로 가장 컸지만 배당 성향은 28.1%에서 18.2%로 10%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생명보험업계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삼성생명은 2023년 실적에 대한 배당 성향을 35%로 책정해 전년(34%) 대비 1% 포인트 상승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순이익 증가 폭이 3120억원(1조5830억→1조8950억원)으로 컸던 만큼 투자자 눈높이에는 미달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은 18%의 배당 성향을 책정했지만 최근 3년간 배당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던 데 따른 투자자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교보생명은 내달 주주총회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으로부터 배당 확대 요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신지급여력비율(K-ICS) 제도가 도입될 때 갑작스러운 자본 감소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 당국에 10년 유예를 신청했다. 그 대가로 향후 10년간 배당 성향이 ‘직전 5년 평균의 절반 이내’로 제한돼 FI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저조한 배당 성향을 책정한 이유로 재무 불안정성을 꼽는다. 최근 보험업계의 순이익 급증이 실제 체력 개선이 아니라 회계 제도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보험업계에 새 회계 제도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예정 보험금에서 실제로 준 보험금을 뺀 ‘예실차’를 순이익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부풀려진 순이익을 주주가 배당으로 빼갈 경우 향후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도 보험업계에 배당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예실차를 비롯해 IFRS17 도입으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보다 재무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보와 증권 자회사를 상장 폐지한 뒤 금융지주만 남긴 메리츠의 경우 예외다. 증권 자회사의 배당 여력을 바탕으로 자사주 64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현금 4500억원을 배당해 1조원이 넘는 주주 환원을 시행했다. 덕분에 조정호 메리츠 회장은 지난해 배당으로만 2300억원이 넘는 돈을 타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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