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 실명 공개…기업·개인 블랙리스트 제공"[주가조작과의 전쟁]

김민영 2024. 3. 2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②-⑹한국, 사생활 침해 이유로 개인정보 공개 제한적
투자자 보호 차원…요주의 명단 공개
거래제한제도, 재범 방지에 효과적
한국은 관련 법안 국회 계류중

불공정거래 행위자 실명 공개하는 주요 국가

영국을 포함한 해외 주요국들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실명이 포함된 불공정거래 행위 제재 내역을 공개해 투자자들을 보호한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운영규칙상 의사록을 공개해야 하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불공정거래 억제 행위와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불공정거래행위 내역과 행위자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공개하되, 법원의 명령에 의한 공개, 공개 대상이나 기간의 제한적 설정, 정보 보호조치 등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연구위원은 "원칙은 실명 공개로 하되 영국, 독일, 홍콩의 입법례를 참고해 필요한 경우 익명 처리하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영국은 실명 공개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할 경우 공개하지 않는다. 홍콩은 개인이 범죄 재발 방지와 관련된 특정 요건을 수료하면 익명 처리를 개인이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수민 연구위원은 "금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회사도 실명이 아닌 익명 처리된다. 실명 공개가 어려우면 어떤 행위로 제재받았는지에 대한 행위라도 자세하게 공개하면 유사 행위에 대한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행위 유형에 대한 적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으므로 시행하기 어렵지 않은 부분"이라고 했다.

투자자 보호 조치 차원에서 영국은 요주의 명단(warning list)을 작성해 공개한다. 금융감독청(FCA)이 영국에서 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회사와 개인의 리스트를 공개하면, 투자자들은 이 명단을 보고 특정 업체가 허가받은 곳인지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 역시 투자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개인 혹은 회사의 명단을 캐나다 증권행정청(CSA)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CSA의 2021~2022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236개의 개인 및 회사가 위험 대상으로 지정돼 공개됐다.

거래제한제도 시행을 통한 재범 방지

주요 선진국은 불공정거래 재범 억제를 위한 거래 제한제도도 시행 중이다. 정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자본시장 거래제한은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추후 자본소득을 얻을 기회를 제한해 해당 행위에 대한 유인을 줄인다"면서 "자본시장 접근을 어렵게 해 재범을 방지하며, 다른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영국 FCA는 포괄적인 증권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금지명령을 활용한다. 금지명령을 받은 개인은 주식, 옵션, 선물, 연금상품 등을 사고파는 행위가 금지된다. 캐나다는 거래제한 처분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거래제한 명령을 내리며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자본시장의 시장남용행위에 대해 일시적으로 자기 계좌를 이용한 거래를 제한한다. 미국은 저가주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하는 경우 저가주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홍콩은 최대 무기한까지 거래제한 제도를 내릴 수 있으며 실제 거래제한이 내려진 경우는 최대 5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래제한 조치가 전무해 재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지난해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유사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 연구위원은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하려면 거래제한 대상과 조치 예정자의 권익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 주가조작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부당이득 합계 7305억원)의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2023년 4월24일)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에 실효성 있는 피해자 방안은 없습니다. 소송밖에는 답이 없으나 비용 부담과 피해입증 어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라덕연 게이트'로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의미가 크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 특별취재팀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살펴보고, 증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 시장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봅니다. 또한 지능적·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자본 시장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황윤주 차민영 김대현 기자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