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EC 출신 변호사 "수사전권 보유…美전역 증인 소환 가능"[주가조작과의 전쟁]
사무엘 J. 위너 변호사 인터뷰
내부고발 프로그램 매우 효과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사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환장을 발부해 미 전역에서 증인들에게 각종 문서와 전자정보를 작성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석·증언까지 요구할 수 있습니다."
SEC 집행국 출신의 미국 대형 로펌 '폴리 앤 라드너(Foley & Lardner)'의 파트너 변호사인 사무엘 J. 위너(Samuel J. Winer)는 19일 아시아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SEC는 상호 법 집행 지원 조약 규정을 상시로 활용해 필요한 증거를 획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너 변호사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SEC 집행국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했다. 1970년대는 SEC 집행국에 불공정행위 관련 조사 권한이 집결되면서 중앙집권적 기관으로 자본시장 내 위상이 높아진 때다. 공직사회를 떠나 민간 기업으로 이동한 후에도 SEC 독립 컨설턴트 겸 SEC·미 법무부(DOJ)의 독립 감사관(independent monitor)으로 활약해왔다. 다수 저서를 집필한 그는 현재 조지워싱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부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위너 변호사는 "미 의회는 SEC에 법을 집행할 권한을 부여하고 SEC는 부정 행위자 처벌 및 금전적 제재를 가한다"면서 "불법으로 편취한 이득을 회수하는 동시에 공기업 임원이나 이사, 인가받은 투자 자문가, 투자 중개인, SEC 사무를 처리하는 회계사 또는 변호사로 재직하는 것을 막아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제재는 SEC가 독립적으로 관할하되, 형사처벌은 미국 법무부와 미국 연방 검사 사무소의 고유 영역이다.
범죄가 고도화되면서 내부고발을 촉구하기 위한 포상금 제도도 강화 중이다. 일례로 SEC의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담당 부서는 포상금 규모를 매월 공표해 포상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작년 5월에는 1명의 고발자에게 2억7900만달러(약 3737억원)의 역대 최다 금액을 지급했다. 당시 SEC 측은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포상은 내부고발자가 법 위반 사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장려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큰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위너 변호사는 "내부고발 프로그램은 SEC의 집행력 강화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미국 증권법 위반에 대한 수천건의 신고를 유도했고, SEC 집행국 직원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위반사항들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짚었다. 이어 "SEC에서 부정행위자에게 매기는 민사제재금이 크게 늘었고, 이는 보상금 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막대한 금액의 보상은 내부고발자들이 SEC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펀드 통한 재원 마련SEC의 내부고발 프로그램을 위한 포상금 재원은 '페어펀드(공정기금, 미국 연방증권법 위반행위 사건 조사결과에 따라 환수한 부당이득(disgorgement) 또는 민사제재금(civil penalty) 등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대신 투자 피해자에게 배분하기 위한 목적의 펀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수차례 진행됐지만, 결국 입법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페어펀드는 증권법 위법 행위자들로부터 회수한 부당이득을 활용해 위반 행위의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2002년과 2010년에는 한국의 과징금 성격의 민사제재금 역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위너 변호사는 "페어펀드는 증권 사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손실을 보상하는 중요한 수단을 제공한다"며 "'스탠퍼드 로 리뷰(Stanford Law Review)'의 한 기고에는 2000년대 초반의 증권 사기 피해자들의 손실 횟수 규모가 집단소송을 통해 환부된 규모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실린 바 있다"고 전했다.
연 100건 이상의 증권 집단소송도
미국의 경우 페어펀드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 피해 구제 수단이 갖춰졌음에도 집단소송도 활발한 편이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미국 연방법원에는 100건 이상의 증권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집단소송 제도가 일찍이 도입됐음에도 실제 법원 인용 건수는 수건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한국 자본시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위너 변호사는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대법원은 증권 피해자들이 증권 사기로 인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구할 권리를 가졌다고 판결해왔다"며 "1980년에 대법원은 SEC가 제기한 증권 사기 사건에서 판결받은 피고가 이와 유사한 주장을 기반으로 한 증권 집단 소송에서 책임을 부인할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유 등으로 SEC의 집행 절차는 증권집단 소송에서 원고를 도울 수 있었다"며 "또한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집단 소송에서 회수된 금액의 상당 부분을 받을 수 있으며 집단소송 관련 다양한 법률 사무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투자자 보호를 통해 투자자 신뢰를 촉진하는 것이 미국의 자본시장 성장과 활기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당 행위를 적극적으로 탐지, 방지 및 처벌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편집자주 - 주가조작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부당이득 합계 7305억원)의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2023년 4월24일)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에 실효성 있는 피해자 방안은 없습니다. 소송밖에는 답이 없으나 비용 부담과 피해입증 어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라덕연 게이트'로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의미가 크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 특별취재팀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살펴보고, 증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 시장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봅니다. 또한 지능적·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자본 시장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황윤주 차민영 김대현 기자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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