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집단휴학 한 달…"美 의사시험 준비" "군대 갈래요"
" 그냥 휩쓸려 휴학계 낸 거죠. 그렇다고 다 큰 아이를 부모가 강제로 수업에 보낼 수 있나요. "
학부모 김모씨는 휴학계를 내고 집에 있는 의대 3학년생 자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에 휴학을 신청하겠단 아들에게 “부화뇌동 하지마라”고 다그쳤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그간 공부하느라 정신없이 살았는데, 친구들과 테니스도 치며 숨 돌리는 게 좋아보이기도 해 반쯤은 설득을 포기했다”면서도 “아들이 유급을 걱정하는 태도가 아니라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집단휴학 사태가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휴학 신청 집계를 시작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간 접수된 유효 휴학 신청은 7850건이다. 전체 의대생 1만 8793명 중 41.8%다. 제출 서류를 갖추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포함하면 7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청자까지 발표했던 지난달 28일 당시 휴학계 제출 비율은 전체 의대생의 72.8%였다.
학점 관리·美 의사시험 준비…휴학 중 실속 챙기는 의대생
휴학계를 낸 의대생 상당 수는 현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 영남권 의대 본과 3학년 김모씨는 “휴학계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로 학교 나가지 않고 있다”며 “어차피 수업 나가더라도 교수님들의 수업을 도와줄 전공의들이 없기 때문에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학점을 관리하는 등 사태 종결 이후를 준비하는 ‘실속파’도 있다. 영남권의 의예과 1학년 정모씨는 “주변에 의대생 인 것을 들키지 않게, 조용히 교양 수업을 듣고 있다”며 “20학점이나 되는 교양 성적을 놓칠 순 없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상위권 본과 학생 중엔 휴학 중 개인적으로 GPA(학점) 고액 과외를 받는 케이스도 봤다”며 “사태가 끝난 후 이어질 공부를 몰래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상위권 의대를 목표로 재수에 돌입하거나 해외 의사 시험을 준비하는 의대생도 있다. 서울대 2학년 김모씨는 “3수로 올해 지역 의대 신입생이 된 친구가 있는데, 올해 휴학 사태로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며 기숙사에 틀어박혀 4수를 준비한다더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의대 본과 3학년 이모씨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독서실에서 영어와 USMLE(미국 의사면허시험) 준비용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의사 국가고시 학원인 메디프리뷰의 권양 대표는 “최근 USMLE 수업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주로 미국, 일본 싱가폴 순으로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군에 입대하는 학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설문 결과 남자 의대생 5016명 중 2460명(49%)이 “8월 안에 현역병 입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학교 “돌아와라”…휴학 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교육부는 야간 수업을 강행해서라도 유급 사태는 막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효 휴학계 비율이 40%대에서 더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부 실·국장급 간부들도 각 대학을 찾으며 학생들이 유급되지 않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도 “개강이 4월을 넘어가더라도 집중이수제 등을 시행해 집단유급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전망과 달리 증원이 확정된 후에도 수업 거부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0일에 전국 40개 의대별 증원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 의대 3학년 김모씨는 “4월 총선 이후에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유급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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