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 ‘늘봄학교’로 잡을 수 있을까
사교육 높은 3학년 이상엔 한계
중·고교 경쟁 압력 줄지 않으면
학부모 사교육 수요 막기 어려워
사교육비 부담이 매년 껑충 뛰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죠. 지난해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1조2000억원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학생 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1.3%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4.5% 증가했죠. 27조1000억원은 미취학 아동과 n수생 사교육비 등은 빠진 금액입니다. 학부모 부담은 실제로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물론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사교육 참여율·참여시간 같은 주요 지표가 거의 전 학년에 걸쳐 악화했습니다. 사교육은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육부도 손 놓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적어도 초등학생 사교육은 ‘늘봄학교’로 잡는다고 장담합니다.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합한 정책입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면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머무르며 교육 프로그램과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올해 2학기부터 모든 1학년, 내년에는 2학년,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늘봄학교는 과연 사교육비를 끌어내릴 수 있을까요.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겠습니다. 3~5학년 사교육비 증가가 두드러집니다(표 참조). 3학년은 지난해 48만1000원으로 2022년 대비 8.4%, 4학년은 49만6000원으로 8.6%, 5학년은 49만3000원으로 10% 증가했습니다. 6학년은 49만1000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1, 2학년은 각각 4.4%와 2.6%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3학년부터 사교육비가 뛰기 시작해 6학년까지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학년별로 사교육 내용이 달라집니다. 저학년 시기에는 예·체능 및 교양(이하 예체능) 비중이 큽니다(표 참조). 1학년은 57.4%, 2학년은 55.2%입니다. 3학년 이후에는 예체능 비중이 확연하게 줄고, 국어·수학·영어·과학·사회 등 교과 사교육으로 급격하게 옮겨 갑니다. 예체능 사교육 비중은 3학년 때 47.8%로 떨어지고 6학년에서는 36.9%까지 줄어듭니다. 3학년부터 공부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경쟁 심리’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초등 사교육 증가는 3~5학년이 견인했다.’ ‘저학년 사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3학년 이후 교과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다.’ 정도입니다. 늘봄학교는 올해 1학년, 내년 2학년, 내후년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됩니다. 저학년 학부모들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저학년 ‘학원 뺑뺑이’는 자녀 하교 시간과 학부모 퇴근 시간 차이에서 오는 ‘돌봄 공백’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3학년 이상 학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에는 역부족일 겁니다. 늘봄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예체능 중심이기 때문이죠. 교과 사교육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국·영·수 사교육의 마케팅에 현혹되기 십상입니다.
늘봄학교는 사교육비 지출 시기만 늦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1, 2학년 때 돈 아껴서 3학년 이후 쓰자’ 같은 풍선효과 때문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늘봄학교로 절약한 돈으로 교과 사교육의 종류를 늘리는 방법이나 고액 사교육으로 갈아타는 방식 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초등 고학년 교과 사교육은 중학교 진학 대비용입니다. 결국 중·고교에서 경쟁 압력을 줄여주지 않으면 늘봄학교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공산이 큽니다. 입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고교 사교육비도 치솟았습니다(표 참조). 통상 고1 때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고 고2 때 좀 줄이고 고3 때 더 줄어드는 흐름이었습니다. 수시 도입 이후 고1 내신이 중요해졌고, 고3은 정리 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죠.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습니다. 3학년 사교육비가 7.7%, 2학년 5.9%, 1학년 4.9% 뛰면서 1~3학년 차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1~3학년 전체 학년에서 사교육 수요가 커졌다는 겁니다.
고3 사교육비 증가는 ‘킬러문항’ 논란 때문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교육부도 부인하지 않았죠. 2학년은 의대 증원 여파로 추정됩니다. 의대 증원의 첫 혜택을 볼 수 있지만 n수생 유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학년이죠. 입시는 누군가 붙으면 누군가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경쟁 와중에 룰이 달라져 불확실성이 커지면 사교육 수요는 커집니다.
입시 사교육을 줄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킬러문항은 오래된 적폐였습니다. 사교육과 일부 교사들의 ‘검은 고리’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의대 증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사 부족으로 지역의료 붕괴와 노령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머뭇거릴 수 없는 노릇이죠. 정부가 응당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임에도 사교육비는 출렁입니다.
관건은 부작용 최소화입니다. 교육부는 “내년에 꼭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늘봄학교를 믿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학생·학부모가 느끼는 경쟁 압력은 더 커졌죠. 의대 증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추진 중입니다. 당장 올해 입시부터 적용합니다. 중·고교는 물론이고 ‘초등 의대반’ 같이 초등 사교육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의대뿐 아니라 무전공 입학 확대 등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벌여놓은 변수들도 있습니다. 밀도 있는 사교육 대책이 나와야 할 타이밍으로 보입니다. 늘봄학교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내년에 초등 사교육 일부 줄였다고 면피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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