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빌런’ 아베 신조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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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일본 총리였을 때도 국내 방송에서는 아베 신조(1954~2022)를 종종 총리 직함을 빼고 '아베'라고 불렀다.
아베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자주 만났다.
아베 전 총리는 또 집권 시절 호주와의 관계를 어느 때보다도 강화했다며 여러 호주 정상과 교류한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내 외교 어드바이저(조언자)는 아베 총리"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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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일본 총리였을 때도 국내 방송에서는 아베 신조(1954~2022)를 종종 총리 직함을 빼고 ‘아베’라고 불렀다. 전(前) 대통령을 뺀 ‘전두환’, 국무위원장을 뺀 ‘김정은’처럼 말이다. 셋은 공통적으로 다수 한국인에게 ‘빌런(악당)’이기에 성이나 이름만 불리는 수모를 당한다.
아베 전 총리는 2년 전 허망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빌런이었다는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에 대한 그의 감정도 좋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가 남긴 회고록을 보면 “장기를 둬도 판을 뒤엎기만 하는 한국” “그들은 지금까지도 약속을 지켜오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반일을 정권 부양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확신범’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나마 반감은 덜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국제회의에서 그녀는 (대화하러 돌아다니지 않고) 앉은 채로 ‘나에게 말 걸지 말라’는 식의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빌런이라도 탁월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내치와 외치 모두에서 영악하고 기민한 현실주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2차 집권에 성공한 직후 미국을 방문해 “일본은 이류 국가가 아니며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내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말은 호언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 회복을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고, 역내 안보를 위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내놨다.
특히 외교에서 국익을 챙기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누구보다 빨리 축하 전화를 하고 곧바로 만나러 갔다. “그는 상식을 넘어서는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뉴욕타임스로부터 ‘아베는 트럼프에게 아부만 하니 한심하다’고 꽤 얻어맞았어요. 하지만 ‘당신 참 대단하다’고 구두로 칭찬함으로써 모든 것이 잘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죠.” 이후 트럼프는 친구 ‘신조’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상담도 하고 골프 얘기, 다른 정상 험담도 했다.
대중국 외교도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 정상과 회담하든 반드시 중국의 군비 증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친한 나라라면 제가 중국을 비난한다고 알려줄 것을 예상하면서도 하는 말입니다. 왜냐면 이건 감일 뿐입니다만, 중국은 우리가 승부수를 띄우면 우리 힘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도 꽤 하잖아’ 하면서 경계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거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일본과 같지 않으니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호구 잡히지 않는 외교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만하다.
아베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자주 만났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보내는 메시지도 대신 전달했는데 이때 푸틴이 보인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푸틴은 “트럼프와는 얘기할 수 있는 사이인 것 같군요. 하지만 아베씨, 나는 미국에 대해 아무런 환상도 품고 있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또 집권 시절 호주와의 관계를 어느 때보다도 강화했다며 여러 호주 정상과 교류한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내 외교 어드바이저(조언자)는 아베 총리”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자랑했다. 최근 한국에서 피의자 신분인 사람이 주호주 대사가 돼 쫓기듯 출국한 일이 떠오른다. 호주는 기분이 어떨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나라로 취급받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천지우 국제부장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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