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좋은 스트레스도 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체내 시스템 더 강해져
지난해 봄부터 내 뇌에 가장 굵게 자리하고 있는 문장은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이다. 괜찮아질 만하면 다시 안 좋아지는 건강 때문에 몸에 안 좋은 건 빼고 몸에 좋은 건 더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건강도 지식이 있어야 챙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평소 읽지 않던 건강 관련 책도 틈틈이 읽는다. 지식이 쌓일 때마다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건 닥치는 대로 해보면서.
이 글을 쓰면서도 책에서 얻은 지식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있는데, 그러니까 나는 지금 서서 글을 쓰는 중이다. 분명 어느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으니까. ‘의자가 만병의 근원이다.’ 집에서도 내내 서 있다 보면 우리 모두 바라 마지않는 ‘집이 주는 편안함’을 잃게 될 우려가 있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엔 다른 무엇도 아닌 건강을 얻는 것이니만큼 마치 ‘헤밍웨이 체험’을 하듯 꾸역꾸역 서서 영화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지금처럼 글도 쓰는 것이다(헤밍웨이는 새벽에 일어나 ‘서서’ 글을 쓴 거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앉아 쓴 적도 있을 테지만).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엔 (의자 포함) 만병의 근원이 꽤 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근원은,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른 바로 그것, 스트레스. 여러 책에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양한 의학 용어를 들어가며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가 몸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지 의학적으로 자세히 알게 되기까지 했는데, 스트레스를 ‘1도’ 받지 않을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기에. 이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던 중 흥미로운 지식을 하나 더 쌓게 되었다. ‘영 포에버’란 책을 읽으면서였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에선 ‘호르메시스’라는 현상을 다루고 있었는데, 호르메시스란 ‘몸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작은 역경’이라고 했다. 책에선 호르메시스를 ‘좋은 스트레스’라고 불렀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과중한 업무같이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만성 스트레스와는 구분되는, 도리어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단기 스트레스. ‘체내 시스템은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강해지고 회복력도 더 좋아진다.’
그래서 호르메시스엔 뭐가 있는데? 하고 궁금해할 분 중, 최근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호르메시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알려드리고 싶다. ‘배고픔’이 좋은 스트레스가 되어주는 것이다. 지금 막 따뜻한 물로 샤워 후 찬물로 시원하게 마무리하고 나온 참이라면, 역시 호르메시스를 일으킨 것이 된다. 찬물이 ‘차가움’이라는 스트레스가 되어 주므로. 호르메시스엔 언어 공부나 수학 문제 풀이 등을 포함한 지적 활동도 포함된다.
스트레스라고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알게 되니 어쩐지 스트레스 지수가 좀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젠 스트레스가 보이면 무조건 등을 돌리고 도망칠 게 아니라 어떤 스트레스는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위해 뭐든 하는 사람의 자세이지 싶기도 했다. 스트레스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읽은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걱정도 덜하면서.
그런 의미로 나는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하루 30분 영어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계속해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스트레스받을까 봐 미뤄두던 건데, 공부 또한 호르메시스를 자극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이젠 공부를 안 할 핑계를 댈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서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보면 이중으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기분만 그러는 게 아니라 실제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긴 하다.
황보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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