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자신의 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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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업실에서 연주곡을 자주 듣는다.
봄에는 역시 깨끗하고 청명한 피아노 선율이 잘 어울린다.
듣기만 하는 거로는 아쉬운 곡이 있는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각종 상을 휩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곡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검게 빛나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Liebestraume No.3)을 연주하는 영상을 즐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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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업실에서 연주곡을 자주 듣는다. 봄에는 역시 깨끗하고 청명한 피아노 선율이 잘 어울린다. 듣기만 하는 거로는 아쉬운 곡이 있는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각종 상을 휩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곡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검게 빛나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Liebestraume No.3)을 연주하는 영상을 즐겨 보고 있다. 집중하는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건반 위를 오가는 우아한 손가락, 이따금 격정적으로 흔들리는 어깨가 곡 일부처럼 느껴졌다.
나와 피아노의 인연은 짧았다.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 문턱을 두 달가량 넘나들어 겨우 체르니 100번을 떼었다. 아쉽게도 재능이 없어서 건반을 눌러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를 번갈아 내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악기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단 3분이라도 같은 음만 내는 연주라면 얼마나 따분할지 생각했다. 높은음과 낮은음, 빠르고 느린 템포로 선율을 연주하는 곡일수록 우리는 감정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인생에도 흥분과 평온, 일과 휴식, 환희와 좌절, 충만과 결핍, 협심과 고독같이 다양한 리듬이 있다. 실없는 농담에 자지러지게 웃기도 했다가 점심 메뉴에 괜스레 진지해지는 것,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다가 목표를 향해 달리기도 하는 것. 삶에도 음악처럼 다채로운 리듬이 있어야 아름다운 거라고 느꼈다.
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처럼 전 세계 사람들의 심연에 닿는 아름다운 연주는 할 수 없지만, 삶이라는 곡 하나는 진심을 다해서 연주할 수 있다. 악보는 신념과 이상을 따라 적고, 템포는 주어진 상황과 판단에 따라 적고, 하루라는 건반에 건강한 몸과 정신을 실어 정성을 다해 연주하는 것이다. 세상에, 그렇다면 사람들은 모두 삶의 연주자가 아닌가!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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