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강감찬 장군은 강해 보였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본방 사수하며 보았다. 과거 전쟁의 생생한 장면을 보는 재미와 고려 역사에 대해 무지했다는 반성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강감찬 장군역에 최수종 배우가 캐스팅되었다기에, 선해 보이는 인상이 장군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전쟁 장면에서 상장군으로 등장한 최수종 배우는 뭔가 달라 보였다. 강해 보였달까. 장군의 모습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유심히 얼굴을 살펴보다가 깨달았다. 눈썹이 바뀌었다.
평상시보다 진한 눈썹의 꼬리를 위로 치켜 올린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 눈썹이 선량하게 생긴 얼굴을 장군에 어울리는 강인한 인상으로 바꾸어 주었다. 사실 이런 눈썹 사용법은 흔하게 사용되는데, 드라마 ‘슈룹’에서 김혜수 배우도 눈썹꼬리를 올려, 자식을 위해 싸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 적이 있다.
눈썹은 얼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시지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밝기 차이, 즉 대비라고 할 수 있는데, 얼굴에서 대비가 가장 강하게 일어나는 부분이 눈썹이다. 눈썹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심리학 실험이 있는데, 유명인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 이름을 맞히는 것이었다. 한 조건에서는 눈을, 다른 한 조건에서는 눈썹을 없앴다. 눈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험 결과 눈썹을 없앴을 때 해당 인물이 누군지 알아차리기가 더 어려웠단다.
그만큼 눈썹은 중요하고, 이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타투를 한 젊은이들을 불만스럽게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본인들의 눈썹 문신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시지 않는가?
내면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눈썹 하나만 바뀌어도 인상을 다르게 느낄 만큼 외형에 민감하다. 게으른 뇌 탓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오리무중인 내면보다는 외형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게 더 편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눈썹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배우의 노력을 볼 만큼 현명하고 또 그래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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