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유세 폭등 부른 ‘공시가 현실화’ 폐기
정부가 2035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계획)’을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52%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스물한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과거 정부가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해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 고통만 커졌다”며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이 계획을 내놓고 이듬해 공시가격 산정부터 적용했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반영해 정하는데, 로드맵 도입 이후 집값 급등에, 현실화율 상승까지 더해지며 공시가격이 급등해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실제 2021년 로드맵 도입 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5년간 63%가 올랐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시세 변동을 고려하지 않아도 재산세 부담이 61%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에 윤석열 정부는 국민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만들기 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평균 69%)으로 되돌리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았다.
종부세 대상 3만5000가구 늘어…‘미분양 신음’ 대구·광주 공시가 하락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이 달리 적용되고 있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0억원이 넘는 고급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은 40~50% 선에 그치고, 1억~2억원대의 지방 소형주택은 70~80%로 책정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는 로드맵 도입의 배경이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도 현실화율을 동결하면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5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2011년(0.3%), 2014년(0.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한 데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난해 시세 변동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 산출하는데, 정부는 세 부담 완화를 위해 현실화율을 69%로 2년 연속 동결했다. 만약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은 6억9000만원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현실화율이 전년과 동일했던 만큼 지난해 집값 상승·하락분이 사실상 공시가격 변동 폭으로 이어졌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올해 공시가격을 지역별로 보면 세종(6.45%), 서울(3.25%), 대전(2.62%), 경기(2.22%), 인천(1.93%) 등이 전국 평균(1.52%)보다 높았다. 반면에 미분양으로 신음 중인 대구(-4.15%)와 광주(-3.17%), 부산(-2.89%), 전북(-2.64%) 등 지방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회복하지 못하면서 올해도 공시가격 하락세가 여전했다.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주택 수는 지난해 23만1391가구(1.56%)에서 올해 26만7061가구(1.75%)로 3만5000여 가구 증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집값이 지역별로, 또 같은 지역 내에서도 고가·저가 단지별로 시세 변동률이 높다 보니 가가호호의 공시가격이 혼조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김원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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