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비명횡사 박용진…“이재명과 맞서, 졌지만 이겼다”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가 비명계 박용진(사진)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박범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9일 개표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정도의 득표 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으로선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고배를 마신 데 이은 두 번째 경선 패배였다.
박 의원은 경선 탈락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며 “민주당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결과에 승복했다.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의원평가 ‘하위 10%’로 분류된 박 의원에게는 득표율의 30% 감산이 적용됐고, 조 변호사에게는 여성·신인 가산점 25%가 붙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지고도 이겼다”(야권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박 의원의 탈락이 ‘비명횡사’ 공천의 결정적 장면으로 부각되고, 이재명 대표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면서 그의 정치적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지적하며 이 대표와 맞붙었고, 2022년 8월 이 대표와 겨룬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선 21.8% 득표에 그쳐 낙선했다. 이후 사당화(私黨化), 인천 계양을 ‘셀프 공천’ 논란을 앞장서서 제기하며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선 공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관측은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월 박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하는 민주당답지 못한 의원”이라고 비판하며 자객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실화했다. 결국 박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ARS 여론조사에서 모두 과반을 얻고도 ‘30% 감산’ 페널티에 발목이 잡혀 탈락했다. 지난 14일 ‘목발 경품’ 막말 논란으로 정 전 의원 공천이 전격 취소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는 듯했지만, 이 대표는 “1등이 문제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진 않는다”(16일)며 다른 지역과 달리 재경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간 박 의원이 ‘독고다이’(단독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실비서실장에 이어 ‘비명횡사’의 희생양이 되면서 체급이 두세 단계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경선이 진행 중이던 18일 고향 전북을 방문하고, 19일 경남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전국 행보를 벌인 것도 의미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적 그릇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중진의원은 “정치 리더로서 야권의 반이재명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확정된 조 변호사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의원실(당시 민주노동당) 보좌관 출신으로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성남 모란 오거리 광장 유세에서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득표율)는 조 후보가 53.75%, 박 후보가 46.25%였고, 전국 권리당원 투표는 조 후보 76.85%, 박 후보 23.15%였다”고 개표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가·감산 적용 전후 모두 조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섰다면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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