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스테이킹을 아십니까? 맡기면 코인이 이자처럼…400조 시장 ‘후끈’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했다. 원화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조금씩 샀는데 각각 5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해 매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투자해두고 나니 계속 시세판을 쳐다보게 된다는 점. 업무 시간은 물론 한밤중에도 일어나면 제일 먼저 거래소 앱을 켜는 것이 버릇이 됐다. 게다가 조금만 시세가 떨어질 것 같으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니 일상생활에 타격을 입을 정도가 됐다. 이런 와중에 주변 오랜 투자자 지인으로부터 “가상자산을 묻어두고 일상생활할 수 있는 스테이킹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스테이킹? 우리말로 ‘예치 혹은 위임’이라는 뜻이다. 일정 기간 맡겨두면 해당 가상자산으로 보상받는 개념이다. 결국 A씨는 본인이 갖고 있던 이더리움을 스테이킹으로 전환한 후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가상자산 시장이 ‘불장’을 맞으면서 스테이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비트 스테이킹’ ‘빗썸 플러스’ ‘코인원 플러스’ ‘가상자산 스테이킹’ 등 국내 4대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속속 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예치 후 가상자산으로 보상
스테이킹이란 본인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하도록 맡기는 것을 뜻한다. 이용자가 예치한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된다. 땅 부자가 소작농에게 땅을 내주고 그 보상으로 농작물을 얻는 것처럼 스테이킹 보상은 거래 검증에 내 자산을 일정 기간 내주는 대신 가상자산을 받는 개념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개념도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다 보니 ‘참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싶지만 이 시장, 상당히 크다. 스테이킹 중계 회사 ‘스테이킹리워즈’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킹 시장 규모(Global Staking Market Cap)는 3월 중순 기준 약 3349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439조원대로 추정된다.
단, 스테이킹이 가능한 가상자산은 제한적이다. ‘지분증명(PoS·Proof of Stake)’ 방식 가상자산만 가능하다. 흔히 ‘가상자산을 채굴한다’는 얘기를 들어봤을 터.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고사양 장비를 써서 수학 문제 풀듯 해당 가상자산을 확보할 때 쓰는 말이다. PoS는 별도 채굴기를 쓰지 않는다. 대신 코인 보유량이 중요하다. 블록을 생성할 때마다 코인 보유량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보상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작업량’이 아닌 ‘지분’을 증명해야 한다 해서 ‘PoS’ 계열 코인이라고 한다.
이더리움은 대표적인 PoS 코인이다. 애초 광산 캐듯 작업량이 많을수록 많이 가져가는 PoW(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이었다가 전기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PoS 방식으로 바꿨다. 이러면서 스테이킹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그 밖에 솔라나, 에이다, 코스모스, 폴리곤 등도 스테이킹이 가능하다.
장기·대세 상승 믿음 있어야
스테이킹은 어떤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할까.
변동성에 휘둘리는 단타 투자자보다는 ‘해당 가상자산에 묻어두면 오를 것’으로 보는 장기 투자자가 선호한다. 해당 가상자산의 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일정 기간 스테이킹하면 그 기간 동안의 추가 가상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때 점검할 개념은 연 추정 보상률이다. 연 추정 보상률이란 거래소가 수수료를 뗀 후 분배된 보상을 기반으로 계산한 보상률을 뜻한다. 연 추정 보상률은 통상 주 1회 산정된다. 업비트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예로 들면 3월 중순 기준 연 추정 보상률이 3.9%로 설정돼 있다. 오늘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해두면 1년 뒤 약 3.9%의 신규 이더리움을 이자 형식의 검증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3월 중순 기준 보상률은 코스모스 16.1%, 에이다 2.9%, 솔라나 7.3%, 폴리곤 5.3% 등 가상자산별로 다르다.
두나무 관계자는 “보상률도 중요하지만 해당 자산이 보유 기간 동안 얼마나 오를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가치가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1년 후에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상자산에 ‘묻어두기’를 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이 올해 3월 1개당 500만원이었는데 내년 3월 800만원이 됐다 치자. 연간 수익은 300만원. 여기에 더해 500만원짜리였을 때의 보상률 3.9%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을 추가로 확보했으니 괜찮은 투자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이더리움 가격이 떨어진다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보호 못 받아
예전만 해도 스테이킹은 전문 투자자 영역에 가까웠다. PC에 블록 생성을 검증하는 프로그램(노드)을 설치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동안 노드를 운영하면서 직접 블록 생성을 검증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게다가 개인이 독자적으로 스테이킹을 하려면 일정 수량 이상의 가상자산이 있어야 참여가 가능하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의 경우 개인은 기본적으로 32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식이다. 그만큼 일반 투자자 문턱이 높았다.
하지만 2019년 코인원에서 시작한 거래소 스테이킹 서비스가 최근 4대 원화 거래소로 확대되면서 서비스 이용이 편리해지고 소비자 보호 장치도 나름 작동한다는 점이 일반 스테이킹과 다르다.
코빗 관계자는 “거래소 회원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 업무 등 특정 블록체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거래소)’가 지원하는 대행 서비스기 때문에, ‘회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스테이킹’을 신청한 가상자산의 수량이 감소하는 경우 ‘회사’의 책임 범위 내에서 복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호 장치 작동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스테이킹 서비스는 자본시장법 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또 제시된 보상률은 가상자산별 운영 환경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최근 보고서(국내외 중앙화 거래소(CEX)의 스테이킹 서비스 현황, 2023년 10월)에서는 ‘스테이킹 서비스는 해킹이나 기술적 결함 등으로 자산이 손실될 수 있고, 정해진 기간에 언스테이킹(출금)하는 것이 불가하기에 가상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경우 가상자산을 스테이킹한 사용자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하나 따져봐야 할 점은 언스테이킹 일정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개별 주식을 팔면 ‘D+2’, 즉 거래일로부터 이틀 뒤 해당 금액이 예수금으로 환원된다. 즉 이틀 후 출금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스테이킹도 비슷하다. 각 가상자산별로 언스테이킹 신청을 하면 블록체인 종류별로 7~21일의 대기 기간이 발생한다. 이를 다 채워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코인원에는 하루 단위로 가상자산을 맡기고 보상받는 데일리 상품이 있기는 하다. 다만 이때 보상률이 연 보상률 대비 낮게 책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자산 운용 계획에 맞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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