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탁금 6000억 마련 불가"…사법리스크로 자금난 몰려

박형수 2024. 3.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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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대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항소심을 진행하기 위한 공탁금(보증금) 4억5400만 달러(약 6076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자산 압류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자금난이 현실화되면서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캠페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측 변호인단은 이날 뉴욕주(州) 항소법원에 공탁금 전액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선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공탁금을 현재의 25% 수준인 1억 달러(약 1900억원)로 낮추거나,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1심 벌금형 집행을 연기해달라는 게 변호인단의 요구다.


트럼프측, 공탁금 마련 난항


앞서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가 은행 대출을 유리한 조건에서 받기 위해 트럼프재단의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맨해튼지방법원은 1심에서 트럼프의 사기 행위를 인정하고 4억540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트럼프는 항소 신청 기간인 이달 25일까지 벌금과 동일한 액수의 공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트럼프측 변호인단은 지금까지 공탁금 마련을 위해 중개업체 4곳을 통해 30개 보증 채권 발행사들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액의 최대 3%를 수수료로 챙기는 보증 채권 발행사는 패소가 확정된 뒤 피고가 벌금을 내지 않으면 대신 납부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한다.

뉴욕타임스는 보증 채권 발행사들이 이미 1심에서 혐의가 인정된 트럼프에게 5억5000만 달러(약 7400억원) 이상의 현금과 유가 증권을 담보로 요청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에겐 그만한 현금성 자산이 없다고 전했다. 매체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트럼프의 순 자산은 거의 부동산으로 이뤄졌고, 현금은 3억5000만 달러(약 47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보증 채권 발행사는 통상 부동산을 담보로 받지 않는다.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AP=연합뉴스


트럼프의 자금난은 명예훼손 사건까지 겹쳐 더 심화됐다. 그는 작가 진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거액을 지급하라는 선고를 받고, 이에 항소하기 위해 지난주 공탁금으로 9160만 달러(약 1200억원)짜리 보증 채권을 냈다. 그는 이 보증 채권을 받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채권을 이미 담보로 제공한 상태이며, 이번 대출 사기 사건의 보증 채권을 확보할 담보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검찰, 압류 절차 돌입 시사


항소심 재판부가 트럼프측 변호인단의 요구대로 이달 25일 전 벌금형 집행 연기 등 선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원고인 제임스 검찰총장은 “자산가치가 항소심 기간 동안 하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판부가 트럼프측 요구를 기각하면, 검찰은 25일 이후 트럼프의 부동산 자산 압류에 나설 수 있다. 제임스 검찰총장은 “나는 매일 월스트리트 40번지(트럼프 빌딩의 위치)를 보고 있다”며 압류 절차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칼럼니스트 E. Jean Caroll이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밖에도 대선 개표 개입과 조작, 기밀 문서 유출, 성추문 입막음 혐의 등 총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상태다. 막대한 재판 비용은 정치 후원금 등으로 메꾸고 있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차츰 바닥을 드러내면서 선거 운동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모금된 후원금 중 5500만 달러(약 736억원)를 법률 비용에 사용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선을 8개월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과 성공적인 기업 거물이라는 이미지가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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