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상회의서 이틀째 中 저격한 대만…"가짜 뉴스로 분열 조장"
"중국은 각종 허위 정보(disinformation)를 통해 민주주의 진영 간 분열을 조장하고 신뢰를 저해하려 합니다."
19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2일차 행사에 참석한 대만의 청년 대표 양신쭈(楊欣慈·Hsin-Tzu Yang)는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기 전에 인터넷 공간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대만의 장관급 인사가 화상 메시지를 통해 중국의 선거 개입 및 사이버 공격 시도 등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데 이어 청년층이 나서 보다 선명하게 중국발 허위정보 공작 실태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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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 막아선 中"
양신쭈는 '시민사회 및 청년의 날'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오후 세션 중 하나인 '기술 대화: 민주주의에서의 디지털 도구'에 참석해 중국을 직격했다. 그는 "중국은 가짜 소셜 미디어 계정과 진실로 위장하는 각종 콘텐트로 온라인 공간을 막았다"며 "자국 정부의 모델이 민주주의 모델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을 확산시켜 민주주의 진영 간 신뢰를 약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허위 정보는 분열을 조장하고, 정부에 대한 여론의 불신을 키우며, 민주 진영 내에서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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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탕 이어 '선제 대응' 강조
양신쭈는 "대만은 허위 정보가 게재되는 시점과 빈도, 내용의 비일관성 등을 근거로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사실 확인'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1일차 회의에서 상영된 탕펑(唐鳳·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의 영상 메시지를 언급하며 허위 정보가 유포되기 전에 선제 대응하는 '프리번킹'(prebunking)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양신쭈는 대만의 가짜뉴스 대응 전략인 '루머를 이기는 유머'(humor over rumor)도 소개했는데, 이는 펑 위원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짧고 재미있는 메시지로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을 일컫는다. 그는 "민주주의 진영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한다"며 "대만은 세계와 함께 모범 관행을 만들 것"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중국을 직격한 양신쭈는 '히어 아이 스탠드 프로젝트'(Here I Stand Project)라는 대만 비영리 단체의 부주석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대만 야당인 기진당(TSP)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반중(反中) 서적을 샀더니 중국을 선전하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왔다"고 폭로하며 당국의 조사를 촉구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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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거는 민주주의 빛"
한편 이날 2일 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총 60개의 시민사회 주관, 정부 주관, 공동 주최 세션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후 열린 '동아시아연구원(EAI) 라운드테이블'에선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한 세션의 좌장을 맡았다. 손 대사는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는 미래의 민주주의와 관련해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며 대만의 선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유사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낼 방법을 토론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 공개 회의에서 북한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했던 탈북민 김일혁 씨가 연사로 나서 "북한 주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싸움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개회식 축사를 맡은 우즈라 제야 미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도 "민주주의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고 강조했다.
헐뜯는 中…외교부 "매우 유감"
한편 중국은 연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비판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여론의 관심, 국제적 영향력, 참석률이 낮은 '3저(低) 정상회의'"라며 "주인공인 미국도 맥이 풀린 것처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첫날 행사만 참석하고 필리핀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전날에도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서 "한국이 대만 당국자를 이른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을 결연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속적인 공세에 외교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일부 외신의 편향되고 일방적인 보도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회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폄훼하고 국가 간 반목과 진영 대결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전날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장관급 인사인 펑 위원의 영상을 정상회의 중간에 상영한 데 대해서도 부연 설명을 했다. 임 대변인은 "정부의 기본 입장과 앞선 제1, 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전례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 것"이라며 "이번 회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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