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무해한 선진국’ 장점 살려 中 꺼리는 제3지역서 활약해야”
한국이 ‘무해한 선진국’이란 장점으로 제3지역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등 다양한 대외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중 경제관계 구조적 전환시대의 과제’를 주제로 18일 열린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 중국전문가포럼에서다.
이날 발제자인 최필수 세종대학교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달라진 한중 경제관계 분석과 한국의 향후 대외 전략 과제를 제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제3지역에서는 중국과 협력을 원하면서도 막상 중국이 직접 들어오면 약간 꺼리거나 부담스러워한다”며 “이럴 때 한국이 무해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선진국이란 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반(反)중국 정서가 되려 한국엔 기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제3지역에 우리가 만날 가장 유력한 경쟁자 혹은 협력자는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으로 우리보다 넓은 경제적 지변을 가진 중국은 제3국과의 협력 유인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장점을 잘 이용하면 제3지역에서 중국을 대체하거나, 중국 및 제3국과 유연한 3자 협력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중 경제관계와 관련해 최 교수는 “최근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는 여러 근거 중 하나로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을 꼽지만, 중국 시장을 벗어나도 결국은 다른 곳에서 또 중국 기업과 맞붙게 된다”며 “탈(脫)중국은 곧 탈 업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은 대만,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의 경제 수준이 엇비슷한 동아시아 평준화 시대”라며 “과학기술과 제조 능력이 결합한 역동적 비교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선 한국의 벨류체인(가치사슬) 위치와 기술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장으로서의 중국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최 교수는 “독일은 산‧학‧연에 걸쳐 중국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현지에서 연구 개발(R&D)을 진행하는 등 다층적 협력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중국에 없는 것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찾고 함께 만드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간재 납품자 입장인 한국이 전 세계 노트북의 90%, 스마트폰의 70%가 만들어지는 중국에서 빠져나오기보다는 오히려 접점을 늘리고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소리다.
시장으로서의 중국에 접근할 때 타국과 경쟁에서 한국이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나라를 분명하게 싫어하는 중국인이 많은 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감정은 친(親)한과 반(反)한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최 교수는 “현재의 경기침체는 장기적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 진단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공과(功過)에 대해선 “산아제한 철폐, 과잉투자 억제, 반부패 등 권력이 강해서 해결된 문제도 있지만 반대로 오미크론 유행 이후 제로 코로나 정책이나 홍콩 탄압, 반간첩법 제정 등 강한 권력 추구로 인해 생긴 문제도 많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부동산세 도입이나 빅 테크 기업의 사회화 등은 사실상 권력이 더 강해져야 해결될 부분”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최 교수는 실리적 경제 안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와 대만에서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동아시아에 있는 핵심 공급망 때문인데, 미국의 경제 안보 논리대로 미국 내에 벨류체인이 완성되면 남의 경제를 위해 우리 안보를 그르치는 셈”이라며 “경쟁도 좋지만 남 좋은 일만 하고 우리 이익을 잊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차이나랩, 성균중국연구소, 한양대중국문제연구소가 후원하고 한중우호협회가 주최한 이번 중국전문가포럼은 2022년 12월 첫 포문을 연 이래로 매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한᛫중 관계, 중국 경제, 미᛫중 전략 경쟁 등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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