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산 뺏으려고 가족들이 계획" 남편이 펼친 황당 음모론

이준목 2024. 3. 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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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이준목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에게 아내는 농사에 비유하면 '흙'같은 존재다. 흙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나무처럼, 남편 역시 아내라는 흙 안에 본인이 있어야지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를 막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편한 사람'이기에 꼭 필요한 조심성을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본인의 오해와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가족들과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벽'이 생겨버린 남편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월 18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68회에서는 '음모론이 괴로워 VS 매번 나만 따돌려, 음매 부부'편이 그려졌다.

박기홍-정경순 부부는 결혼 38년 차 60대 부부로 원주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부부는 큰 딸의 사연 신청으로 어렵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편은 평소에 가족들이 모의하여 자신만 따돌린다는 의심병을 품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일방적이고 거친 언행으로 오랜 세월 쌓여온 상처를 토로하며 시작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폭력적 행동, 황당한 주장 펼치는 남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남편은 원주에서 축사를 운영했고, 아내는 학교의 급식조리사로 일하고 있었다. 아내는 퇴근 후에도 남편을 도와 축사를 돌보고 저녁준비까지 챙기느라 쉴 틈이 없었다.

저녁에 부부가 마주앉자 아내는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과거 '장롱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과거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장롱을 때려부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내는 당시 남편이 왜 그런 행동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궁금해했다.

아내는 10년 동안 매달 10만 원씩 남편의 보험료를 납부해왔고, 계약이 끝나자 보험사를 통해 480만 원의 건강 축하금을 받았다. 부부는 함께 축하금을 수령하고 장롱을 구입하고 싶었던 남편의 뜻에 따라 가구매장에 들렀다. 다만 아내가 장롱을 바꾸길 원하지 않아서 구경만 했을뿐 실제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그때부터 남편이 갑자기 육두문자까지 쓰며 아내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이후로도 수시로 면박이 계속됐다고.

남편이 직접 밝힌 화를 낸 이유란, "돈을 수령하기 위하여 장롱을 빌미로 자신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축하금 수령을 위해서는 남편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남편의 의심은, 돈만 받으러 가자고 하면 안 갈 것 같으니까 남편이 사고 싶어했던 장롱을 핑계로 자신을 불러낸 뒤, 정작 기대했던 장롱은 사주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다. 화를 참지 못한 남편은 말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기존에 있던 장롱을 망치로 때려 부수기까지 했다.

이에 기가 막힌 아내는 "장롱을 내가 왜 꼭 사줘야 하나. 축하금은 당신 통장에 모두 입금 해줬지 않냐. 당신이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서 계약을 하면 됐을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남편은 장롱은 집안살림에 익숙한 여자가 골라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남편은 "장롱을 사줬으면 이런 이야기 안 하지 않냐. 작년 가을부터 이야기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왜 내 소원은 못들어주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남편의 계속되는 억지에 아내는 급기야 머리를 감싸쥐며 진저리를 쳤다. 아내는 "남편은 뭔가 하나에 꽂히면 그걸 들어줄 때까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반복되는 남편의 무리한 요구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지극히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장롱 사건은 지금도 부부 서로에게 모두 풀리지 않은 응어리로 남았다.

방에 들어가 거실에 있던 남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내는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는 한숨을 내쉬며 "여자로서 남편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남편은 그런 마음을 전혀 헤아려주지 않는다"며 마음속에 쌓인 설움을 토로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또한 남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아내 앞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아내의 사소한 요구에 격분하여 식탁의자를 부순 사건도 있었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몇 차례나 가출한 적도 있었다고. 오죽하면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들조차도 오히려 모두 아내의 편만 들어주며 남편을 질타할 정도였다. 오은영은 "상황이나 이유, 횟수를 막론하고 폭력은 절대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남편은 '가정폭력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일까지 있었다. 장롱 사건 이후 아내와 가족들은 남편만 제외하고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남편은 당시 가족들이 3박 4일간 자신에게 연락 한 번 없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가족여행 따돌림과 장롱사건으로 이미 심기가 잔뜩 불편해져있던 남편은, 제주도 여행 직후 3일 만에 또다시 아내와 언쟁을 벌이다가 홧김에 발길질로 폭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아내의 비명에 놀란 자녀들이 달려왔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남편에게는 한동안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남편은 우연히 발이 부딪힌 것일뿐, 절대 아내를 고의로 때린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오히려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이 부부 사이를 갈라놓기 위하여 사전에 철저히 기획해서 음모를 짠 것"이라고 뜻밖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또한 남편은 가족들이 제주도 여행 때부터 계획을 사전 기획한 것 같다며 '공작', '역적모의' 등의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확신에 찬 음모론을 펼쳤다.

접근금지 명령은 이후 가족의 요청으로 해제되었지만 부부에게 그날의 기억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아내는 당시의 충격을 거론하며 "남편에게 전화 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고 고백했다. 자기 주장만 거듭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당신은 아내나 자식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당신 기분과 마음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쌓인 울분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편은 이번엔 "자식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뺏기 위하여 등을 돌린 것"이라는 자식들에게까지 근거없는 주장을 펼쳤다. 황당해진 아내가 "재산을 물려달라고 한 자식은 아무도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남편은"그렇게 말은 안 했어도 내눈엔 보였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은영 "망상 아닌 편집증적 성향... 분노 표출 자제해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심지어 남편은 가족들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일도 있었다고. 남편은 본인이 서운한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다가 또다시 장롱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원인은 당신"이라며 아내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아내는 당시 남편이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흥분하고 폭력적인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내는 "24세에 시집을 와서 시부모님 장례식까지 치러드리고 평생 헌신했는데, 돌아오는 건 자식들 앞에서 얻어맞고 욕먹는 모습이었다. 내가 이런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너무나 서러웠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수시로 폭발하는 남편의 행동 때문에 눈치를 보고 매사에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표정의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편집증적인 양상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남편은 상대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확대하여 일상적인 행동도 적의가 있다고 의심하며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

하지만 오은영은 "편집증적인 성향이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감정적인 분노 표출을 자제하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편은 아내만이 아니라 자녀들과도 등을 돌린 상태였다. 사연을 신청한 큰 딸이 찾아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가정폭력 신고 사건의 앙금이 남아있던 남편은 냉랭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남편은 여전히 자식들이 재산을 탐내어 자신을 신고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화가 난 딸도 "아빠에게 엄마는 그저 일해주는 사람이고, 돈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딸은 엄마의 입장에 서서 아빠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부녀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급기야 폭발한 남편은 화를 내며 딸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딸이 "아빠가 가족들 앞에서도 엄마에게 욕하고 거친 행동을 하는 건 왜 이야기를 안하냐"고 쏘아붙이자, 남편은 "내 식구, 내 새끼인데 욕 좀 하면 어떠냐. 징역살테니 고소해라. 내가 죽으면 다들 살기 편하겠지"라고 차마 해서는 안 될 막말까지 내뱉으며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편은 집밖으로 나가버렸고 아내와 딸은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 영상을 지켜본 오은영은 "딸은 나름 정의로운 거다. 엄마가 약자라고 생각되니까 그 편에 서서 대변을 해주는 거다"라고 설명하며 "딸은 아빠가 기분 나쁘더라도 내가 이야기해서 이게 잘못이라는 걸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그 자체가 가족에 대한 애정이자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라고 조목조목 남편에게 일깨워줬다.

남편은 딸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아빠이자 가장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굽히기가 쉽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어린 시절 아빠에게 서운했던 기억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래도 아빠를 미워할 수가 없다"고 고백했던 딸의 진심을 대신 전해줬다.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편집증 의심지수가 매우 높고, 피해의식적인 사고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사람의 언행을 부정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지 왜곡 수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한 남편은 어릴 때 무능한 부친 아래서 어려움을 겪으며 가장으로서의 경제적인 부분에 책임감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남편을 위한 대화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전할 것"을 제안했다. 가장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오기는, 오히려 진심과 거리가 먼 막말로 나타나며 가족들과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가부장적인 가장의 틀을 깨야 한다는 것이 오은영의 조언이었다. 패널들 역시 각자의 경험담을 토대로 '따뜻한 아버지'와의 추억 하나가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조언했다.

부부를 위한 솔루션이 내려졌다. 먼저 오은영은 부부간의 해묵은 장롱사건에 대한 상황 정리에 나섰다. 남편이 아내에게 자꾸 장롱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이면에는 '아내와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속뜻이 담겨있다는 것. 부부가 함께하기는 했지만 남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몰랐던 아내의 무관심한 태도는 남편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결국 뒤틀린 반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남편도 그제서야 "아내가 때로 엄마같기도 하고 의지하고 대화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손이라도 잡으려고 하지만 뿌리친다"며 그동안 아내에게 서운했던 진심을 털어놨다. 이에 오은영은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사줘'라고 요구하기만 하면 오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나무'라면 아내는 '흙'같은 존재에 비유하며, "흙이 있어야 살아갈수 있는 나무처럼 남편에게도 아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행동이 아내를 막대하고 무시해서라기보다는, 가장 편하고 가까운 사람이기에 꼭 필요한 조심성을 잃어버린 행동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오늘을 기점으로 꼭 변해야 한다"는 오은영의 당부에 남편도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은 과거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행동에 대하여 "후회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여보 고생했다. 앞으로 잘할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 잘 지내자. 그동안 미안했다"고 그동안 진심을 전했다. 처음 들어보는 남편의 사과에 목이 인 아내도 "알겠다. 저도 잘할게요"라고 화답했다.

부부는 모든 솔루션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부부는 솔루션을 통하여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진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하나하나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잘해봅시다"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부부는 서로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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